전공의까지 가세한 3·10 의료계 총파업 이후 강경책 일변도의 정부 입장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지난해까지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체계 유지를 외치며 수가통제 정당성을 고수해 온 보건복지부가 고령사회 문턱에서 의료계 도움이 절실하다는 애절한 구애를 보내고 있다.
권덕철 보건의료정책관은 지난 14일 심평원 세미나에서 "의료계 총파업은 건강보험 불만과 의료제도 개선에 대한 의사들의 욕구 때문"이라며 불합리한 의료정책을 사실상 시인했다.
권 정책관은 또한 "그동안 건강보험 틀에서 의료제도를 담아왔다. 의료제도와 국민 건강증진 정책이 같이 돌아가지 않았다"면서 "국민 건강증진은 건보공단, 심평원, 보건소로 안 된다. 결국 의사들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 생명을 위해 의료현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의사들의 전문성을 수가와 심사기준으로 통제하는 정책 한계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파업 사태에 대한 명확한 진단 없이 수가 인상과 집단이기주의로 몰고 간 정부의 편향적 시각은 침묵한 상당수 의사들의 감정에 불을 질렀다는 지적이다.
정부 입장 변화는 긍정적이나 우려되는 점은 국무총리까지 나선 대화 제의가 여론을 의식한 땜질식 처방에 그칠 수 있다는 부분이다.
분명한 사실은, 의정 협상결과와 무관하게 의료계와 상생이 아닌 통제 일변도의 압박 정책을 지속한다면 의사들의 불신과 불만을 가중시켜 언제든 제2, 제3의 파업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