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변영우 의장이 정관 개정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모든 지역, 상임이사회, 대의원회, 의료정책연구소, 의학회, 병원의사협의회 등은 물론 일반회원으로 전국의사총연합, 민주의사회, 평의사회 등의 대표들이 참여한 '의협 대통합 혁신특별위원회(혁신특위)' 구성해 정관개정 등 의료계 대통합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다.
작은 의미로는 최근 의협 집행부와 대의원회가 갈등과 분란을 거치는 과정에서 날카로워져 있는 민심을 다독이고, 크게는 의협 정관 상 조직 간 소통의 창구를 만들어 정책에 반영하고 정부에 대한 목소리도 키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기존 의협 대의원회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전향적 입장인 데다 취지도 바람직해 보인다.
그러나 대의원회는 혁신특위 구성에 앞서 크게 세 가지를 간과하고 있다.
첫째, 원격진료나 의료민영화 등 범의료계적 정책 아젠다가 아닌 각 계의 여론을 어떻게 수렴하고 반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의원회와 상임이사회, 전공의협의회, 여자의사회, 의학회, 시도의사회, 병원 대표, 전의총 등 일반회원 등이 쏟아내는 그 많은 주장을 어떤 그릇에 담을 지의 고민이 선행됐는지 묻고 싶다.
둘째, 혁신특위는 의결기구가 아닌 논의기구라는 점이다. 논의 결과에 대한 의결권은 여전히 대의원회에 있다.
혁신특위에서 급진적이고 전향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임은 당연하다. 논의의 절충점을 찾기도 어렵거니와 설령 찾는다 하더라도 이를 대의원들이 수용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인 셈이다.
변영우 의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대의원들이 예전 생각만 가지고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대의원 242명 중 변 의장의 이같은 생각에 동의할 대의원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의협 대통합을 위한 '혁신특위' 실효성에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앞서 제기된 두가지 문제에 대한 해답없이 회원들의 동의를 이끌어 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의원회가 제시한 개혁특위는 '의협 대통합'이라는 거대한 아젠다만 있을 뿐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만한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혁신특위는 실제로 아무런 결과도 도출하지 못하고 구호에 그치고 마는 '양두구육'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의료계가 정부에 대해 그토록 지적하던 '선시행 후보완'의 전철을 그대로 밟으려는 것과 다름없다.
아무리 취지가 적합하고 당위성을 갖췄다 하더라도 회원의 뜻을 수렴하고 반영할 지에 대한 방법론적 고민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지금의 갈등을 일시적으로 봉합하기 위한 대의원 '그들만의 리그'에 불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