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번 사고에서 해경은 본연의 임무 다하지 못했고 해경 구조업무는 사실상 실패했다"며 "고심 끝에 해경을 해체한다"고 밝혔다.
세월호 침몰 사고와 구조 과정에서 정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음을 인정한 셈이다.
특히 세월호 침몰 사고는 정부의 무관심과 무능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따지고보면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바다에는 상당수 선박이 세월호 못지 않게 위태로운 항해를 하고 있다.
그중에 가장 위험한 항해를 하고 있는 배를 꼽으라면 단연 '의료호'일 것이다.
국민이라는 승객과 의료인이라는 선원들을 태운 채 항해하고 있다. 그런데 의료호는 세월호 못지 않게 위태로운 문제들을 가득 선적하고 있다.
대학병원 대기실에서 몇시간씩 대기한 후 1~3분의 짧은 진료를 받고 나오는 현실, 일회용 사용을 원하면서도 수가 보다 비싼 아이러니한 가격 때문에 일회용 내시경 가위를 소독 후 재사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일주일에 100시간 이상 근무로 눈꺼풀이 무거운 전공의에게 내 몸을 맡기는 현실, 굳이 수술이 필요없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적인 이유로 환자에게 수술을 권하는 현실.
언제 침몰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많은 짐을 의료호에 실은 주체가 정부라는 점이 놀랍다.
이같은 짐은 일방적인 건강보험제도와 의료정책에서 비롯됐으며 이로 인해 의료호 곳곳에는 '개원보다 많은 폐업'등의 누수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이다.
의료호의 최종 책임자이자 관제센터이자 구조 책임까지 가진 정부가 의료호에 과적된 짐을 내리기는 커녕 오히려 물이 새는 의료호에 원격진료와 의료민영화라는 짐을 더 싣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세월호 침몰 사고의 뒷처리가 남은 상황에서 다소 우려스러운 면도 있지만 책임을 다하지 못한 해경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정부에 묻고 싶다.
세월호 침몰에 대한 책임의 일환으로 해경을 해체했다면, 의료호가 침몰하면 세월호와 마찬가지로 그제서야 책임을 따지며 해체 운운할 것인지, 또 의료호의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경우 그 책임은 선원보다 선장에게 크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도 말이다.
세월호 사고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고였고, 수많은 인명피해 역시 막을 수 있었다.
이를 볼 때 정부는 의료호에 대한 입장도 명확히 할 때가 됐다.
침몰 위험이 있는 배를 방치하다 위험해질 경우 누구처럼 배를 버리고 가장 먼저 도망갈 것인지, 아니면 침몰 위험을 깨닫고 승객을 위해 선원들과 손잡고 배를 수리할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