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ST '스티렌'은 국민 위장약으로 불린다. 800억원 넘게 처방되던 호시절은 지났지만 지난해에도 무려 663억원이나 팔렸다. 그만큼 의사들이 믿고 썼다는 얘기다.
'스티렌'은 두 가지 용도로 쓰인다. 이중 30%는 NSAIDs 투여 환자에게 '위염 예방' 목적으로 사용된다. 작년 매출 기준으로 어림잡아 200억 어치가 처방됐다.
그런데 정부가 이렇게 잘 쓰던 스티렌 '위염 예방' 적응증에 대해 급여 삭제를 결정했다. 14일 열린 건강보험 최고 의결기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회의에서다.
이번 의결로 '스티렌'은 당장 내달부터 '위염 예방' 목적으로 쓸 경우 보험이 되지 않는다.
건정심의 이번 결정 이유는 간단하다. 동아ST가 정해진 기한 안에 스티렌 '위염 예방'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증명 데이터는 4개월 늦게 제출됐다.
스티렌 '위염 예방' 적응증이 지난 2011년 9월 임상적 유용성 입증 데이터를 지난해까지 제출한다는 조건부 급여로 인정받은 점을 감안하면 명백한 약속 위반이다. 당연히 벌을 받아도 마땅하다.
하지만 건정심의 '스티렌' 급여 삭제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 사안의 핵심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스티렌 등 기등재 의약품 평가의 목적 역시 임상적 유용성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 아니라면 급여를 제한하는 것이지 증명을 했는데 삭제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약속 위반에 대한 행정 처분은 문제가 없지만 효능이 입증된 약의 보험 제한이라니.
사실상 비급여는 퇴출을 뜻해 이번 조치는 잘 듣던 약을 쓰지말라는 소리나 다름없다. 참으로 어이없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건정심은 단서를 달았다. '스티렌'의 임상시험 결과 효능이 확인될 때까지 급여 목록에서 삭제하되 입증되면 다시 보험 급여를 해줄지 논의한다고. 하지만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그렇다면 매년 200억 정도를 위염 예방 목적으로 '스티렌'을 처방한 의사들은 검증도 안된 약을 쓴 바보라는 뜻인가. 여기를 저기를 봐도 이번 결정은 이해불가다.
잘못했을 때는 납득할 만한 벌을 줘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옛 말이 있다.
정부 앞에서 절대 '을'인 제약사(동아ST)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건정심 의결을 뒤집겠다고 공식 입장을 낸 것은 어떤 이유일까. 스티렌 일부 적응증 급여 삭제는 정말 납득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