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유형별 수가협상이 어김없이 다가왔다. 협상의 신호탄은 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 단체장들이 만나는 상견례.
기관장들이 5월 한달동안 진행될 수가협상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이 후 건보공단과 각 공급자단체 수가협상단은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간다.
상견례는 말 그대로 한해를 결정짓는 수가 협상을 잘해 보자는 의미의 인사자리다. 격식을 차리려는 자리에 기관장의 참석은 상징성과 함께 단체의 관심을 보여준다.
그런데 16일 서울 렉싱턴호텔에서 열린 건강보험공단과 6개 의약단체의 상견례는 여러모로 아쉬웠다.
지난해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총 6개의 단체 중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사협회 등 3곳의 기관장이 참석하지 않고 부회장이 대신 자리했다.
해당 기관의 관심이 '수가협상'에 크게 집중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의협은 회장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 속에서 회장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부회장 참석은 불가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치협과 간협은 전체 수가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가장 작은 유형이기 때문인지 기관장들은 미리 약속 되어 있던 다른 일정에 가버렸다.
올해 수가협상은 유난히 혼돈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단체장 선거, 단체 내부 갈등 등의 상황 때문에 한해 동안 먹고 사는 '먹거리' 문제는 후순위로 밀려나 있다.
의협과 병협 측은 실무진이 협상에 쓰일 근거자료 만들기를 오래전부터 진행하고 있다지만 실제로 협상을 진행해야 할 협상단 자체를 꾸리는 것부터 협상에 참여할 사람이 없어 난항을 겪는 등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의원을 비롯한 약국, 병원 등 각 유형의 어려운 상황은 건보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발표하는 각종 통계 지표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총 진료비 증가율도 2011년 이후 줄어들고 있으며, 매년 오르던 월 수입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다. 어렵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지표가 속속 발견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공급자 단체들은 근거를 갖고 가입자, 즉 국민을 설득할 준비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때가 돌아왔다. 5월 한 달안에 바짝 수가 전쟁을 치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단체장들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수가협상단의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대한약사회 조찬휘 회장은 지난해 수가 협상을 처음으로 겪어 봤더니 "5월 한달은 피가 마른다"고 했다.
5월 한달은 각 공급자 단체 수장들이 수가협상단의 어깨에 힘을 실어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