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은 임산부에게 적절한 치료 및 전원을 하지 않은 병원이 1억 6천여만원을 배상하게 됐다.
임신 진단 초기부터 자궁근종도 함께 발견된 임산부는 자궁이 꼬여(염전) 회맹장절제술까지 받았다. 이 과정에서 세균 감염된 태아는 태어난지 약 4개월만에 사망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최근 사망한 아이의 부모가 A병원 공동원장 3명과 의료사고 보상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며 1억 6천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2011년 B씨는 인천에 있는 A병원에서 임신 8주 진단과 함께 11*8cm의 장막하 자궁근종 진단을 받았다.
정기적으로 A병원을 찾아 정기검진 및 초음파검사를 받던 중 B씨는 하복부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
B씨의 통증은 점점 더 심해졌고, 의료진은 입원 5일만에 초음파 검사 및 심전도, 흉부 방사선 검사를 시행헀다.
복부부종 및 복수, 폐침윤을 확인한 후 근처 대학병원으로 전원했다.
전원된 병원 의료진은 제왕절개수술, 자궁근종절개술, 유착박리술을 하면서 복막염, 장천공, 장괴사 등을 발견하고 회맹장절제술, 단단문합술 등을 추가로 실시했다.
제왕절개술로 태어난 아기는 신생아실로 옮겨져 집중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사망했다.
재판부는 "A병원 의료진이 임산부와 태아에 대한 진단 및 상급병원으로의 전원을 소홀히 한 과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의료진의 과실과 B의 복강 오염이 아기 사망으로 이어지는 인과관계를 인정한 것.
판결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자궁근종이 있는 임산부가 심한 복통을 호소하면 의료진은 복부촉진이나 청진을 통한 진단, 혈액검사, 복부 X선 검사, 복부 초음파 검사 등을 시행하며 관찰할 필요가 있다.
통증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어려우면 내과나 일반외과와의 협진이 필요하다.
그러나 A병원 의료진은 B씨의 복통 감별을 위해 필요한 검사를 시행하지도 않았고, 협진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의료진의 책임을 50%로 하고, 1억 6000여만원의 배상을 주문했다.
재판부는 "B씨가 임신 초기부터 상당한 크기의 자궁근종이 있는 상태에서 어떤 종류의 통증인지 구별하기 어렵고, 자궁근종이 염전 돼 장을 괴사시키는 경우는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