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난 20일 '2013년 해외환자 유치실적'을 발표하며 중국환자들이 국내를 제일 많이 찾았다고 밝혔지만 정작 수혜를 입은 강남 일대 개원의들은 걱정스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외국인 환자들의 방문이 주로 국가적 '경기'에 크게 좌우되는 까닭에 중국인 환자 의존도를 낮추지 않으면 자칫 중국발 불황에 따라 강남 중심의 피부·미용 시장도 바닥을 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국환자는 총 5만 6075명으로 이들 중 상당수가 성형외과, 피부과 등 미용시술을 받기 위해 국내 의원급 의료기관을 방문한 환자들이다.
실제로 의원급 의료기관의 외국인환자 유치 비중은 2009년 15.4%에서 2013년 22%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강남구 일대 성형외과나 피부과들 대부분 한글은 물론 중국어로 번역된 간판을 내걸고 중국환자를 유치하고 있을 정도.
그만큼 중국환자 유치는 의료기관 운영을 위한 옵션이 아닌 필수 대상이 되가고 있다는 소리다.
강남구 신사동의 B피부과 원장은 "지난 몇 년 간은 중국환자들은 그 수가 크지 않았지만 쓰고 가는 돈이 적지 않아 의료기관에는 보너스 같은 존재였다"며 "그러나 국내환자가 날이 갈수록 줄고 있어 이제는 중국환자 없이는 의료기관을 접어야 상황"이라고 하소연 했다.
단독개원으로 운영 중인 B피부과의 경우 하루에 평균 2~3명의 중국환자가 방문한다고 한다. 의원을 찾는 중국환자 수는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씀씀이'가 다르다는 게 병원 측 설명.
B피부과 원장은 "중국환자들은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2000만원까지 쓰고 간다"며 "최근 불경기로 인해 국내 환자는 점점 줄어드는데다 국내 환자들은 큰돈을 쓰지 않아 수익적인 큰 이윤을 창출 할 수 없다. 그나마 중국환자들이 있어 의료기관을 겨우 운영하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공동개원으로 운영 중인 논현동 P성형외과 원장도 거들었다.
그는 "중국환자들이 없으면 강남 개원가의 절반은 문을 닫을 것"이라며 "누구나 알만한 대형 성형외과인 C성형외과의 경우는 중국환자 1명 당 많게는 1억~2억원 까지 금액을 사용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중국환자가 강남발 성형외과에서 '큰 손'으로 통하면서 중국환자에 기대려는 병의원도 날로 많아지고 있는 상황.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중국발 불경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언제 한국행 발길을 끊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불임치료를 원하는 중국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던 강남구 신사동의 R산부인과는 최근 이를 전담으로 일을 맡아 하던 상담실장 정리하는 등 중국환자 유치를 포기하고 국내환자 유치에 집중키로 했다.
R산부인과 원장은 "이제는 국내 환자 유치에 집중할 생각"이라며 "중국환자들이 언제까지 우리나라를 의료관광 목적으로 찾을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국환자에게 의존했다간 의료기관 운영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