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료원장 선출 방식을 총장 임명제로 바꾸겠다는 재단 이사회의 방침에 분노한 연세의대 교수들이 일제히 팔을 걷고 나섰다.
이는 현금 자산이 풍부한 세브란스의 경영권을 노린 음모라고 결론 짓고 이사회 퇴진과 공식 사과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위 등 강경 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
특히 만약 이사회가 이러한 결정을 취소하지 않으면 세브란스병원 자체적으로 선거를 통해 보직자를 선출하겠다고 맞서고 있어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연세의대 교수 400명 투쟁 동참 결의…"합병 정신 위반"
연세대 의대, 치의대, 간호대 교수 400여명은 21일 연세의대 강당과 강남세브란스병원 강당에서 동시에 '세브란스 자율권 수호를 위한 궐기대회'를 열고 결의문을 포함한 투쟁 방침을 결정했다.
김원옥 연세의대 교수 평의원회 의장은 "1956년 합동 이사회 회의록을 봐도 세브란스의대 동창회가 인사권과 예산권 독립을 보장받고 합병에 협의한 사실이 나와있다"며 "합병 당시 이를 보장했기에 끝가지 반대했던 동문들이 이를 접고 합의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내용을 위반하고 의료원장을 총장 임명제로 바꾸겠다는 재단 이사회의 결정은 연희와 세브란스의 합병 정신을 정면으로 뒤짚는 행위"라며 "선거 문제를 떠나 완벽하게 세브란스의 자율성을 말살하겠다는 의도"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재단 이사회의 이러한 결정은 분명한 음모가 있다며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세브란스의 자산을 탐내고 벌이는 일련의 행동이라는 것.
김 의장은 "교활한 소수가 작당해 의료원을 날로 먹으려 하는 해괴한 장난을 치고 있다"며 "독재 마피아들이 세브란스의 재산을 모두 가져가려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우리 동문들이 모두 힘을 모아 이러한 농간을 막고 세브란스병원을 지켜내야 한다"며 "우리가 단합한다면 반드시 이사회와 싸워 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궐기대회에 참석한 400여명의 교수들도 모두 이와 뜻을 같이 했다. 재산권을 노린 재단 이사회의 결정에 끝가지 맞서야 한다는데 만장일치로 뜻을 모았다.
장양수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재단은 사업과 기부로 모아진 재산으로 대학을 서포트하는 기관"이라며 "하지만 연세 재단은 지금까지 50년간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결국 돈이 없으니 세브란스병원의 현금을 노리고 이러합 협작질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충배 전 교평 의장은 "교평 의장으로 방우영 이사장 등과 계속해서 예기를 나눈 결과 그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돈이다"며 "죽 쒀서 개주지 말자라는 말로 하고 싶은 말을 압축하겠다"고 밝혔다.
의료원장 후보 3인도 교수들에게 힘 보태…"함께 지키자"
17대 의료원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도 교수들을 독려하며 함께 힘을 보태겠다고 공언했다.
첫번째 연자로 나선 노성훈 암병원장은 "연세라는 이름 자체가 연희와 세브란스의 배려의 상징"이라며 "동 시대를 살았던 우리들이 후배들에게 부끄러운 선배로 남지 않도록 이사회의 결정을 막아내자"고 말했다.
신규호 교수는 "이사회의 결정에 참담함과 울분을 금할 수가 없다"며 "의료원장 후보이기 이전에 의대 교수로, 의료원의 일원으로 행동을 함께 하겠다"고 전했다.
마지막 연자로 나선 윤주헌 학장도 학장으로서, 의료원장 후보로서 함께 행동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학장은 "내가 의장으로 있는 상임 교수회의에서 전원 일치로 비대위 구성을 승인했다"며 "지혜롭게 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교수들이 많은 의견을 달라"고 주문했다.
피켓 시위, 이사회 항의 방문 등 구체적 투쟁 계획 도출
이에 따라 교수들은 이날 결의문을 채택하고 구체적인 투쟁 방법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합의를 이뤘다.
우선 비대위를 중심으로 교수들의 뜻을 모으는 한편, 피켓 시위와 이사회 항의 방문 등을 통해 세를 보이겠다는 복안이다.
박은철 공동 비대위원장은 "세브란스병원은 현재 코드 블루 상태"라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우선 살려놓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단식과 삭발, 학생들을 동원한 휴교 등까지 고민하고 있다"며 "심지어 김원옥 교평의장은 심장에 스텐트를 넣은 상태에서 단식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교수들의 요구사항은 크게 세가지다 세브란스병원의 자율성을 인정하며 이를 주도한 이사들이 퇴진하고 공식적으로 이사회가 사과하는 것.
이날 발표한 결의문에도 이같은 내용이 담겨있다.
교수들은 결의문을 통해 "이사회의 결정이 취소될때까지 의료원은 교평에서 주관하는 선거로 선출된 보직자로 운영될 것"이라며 "어떤 교수도 이사회와 총장에 의한 임명을 거부한다"고 뜻을 모았다.
이어 "이사회의 결의에 동조한 의료원 출신 이사들은 즉각 퇴진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또한 김석수 이사장은 물러나야 하며 동창회 또한 이들 이사들을 동문 명단에서 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교수들은 시위를 포함한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박은철 비대위원장은 "다음주 화요일 교수들이 일제히 모여 피켓 시위를 진행할 것"이라며 "또한 총장실과 이사회 사무실을 항의 방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만약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매주 이같은 투쟁을 지속할 것"이라며 "이미 174명의 교수들이 비대위에 들어왔으며 모두가 한마음 한 뜻으로 투쟁을 지지하고 있는 만큼 모든 방법을 동원해 세브란스병원의 자율성을 지켜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