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정책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폐업한 의원은 1536곳으로 하루에 평균 4.2개의 동네의원이 문을 닫고 있다. 심지어 외과나 산부인과 의원은 개원한 곳보다 폐업한 곳이 더 많을 정도이다.
이러다보니 상당수 개원가들은 수익으로 직결되는 먹거리 찾기에 한창이다. 전체 의사의 90% 이상이 전문의라는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의료 현실이 전혀 특별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 전공과에 대한 자부심은 겉치레에 불과한 상황까지 이르렀고 전문진료과목에 대한 영역파괴도 이미 오래됐다.
내과 개원가에서 성인예방백신에 관심을 두거나 외과의사들이 건강검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내과의사회는 '백신심포지엄'을 개최했고, 외과의사회는 추계학술대회에서 건강검진을 활성화 해야 한다는 내용의 세션을 마련했다.
그러나 오히려 자신의 전문과목을 특화시킨 의원들도 있다.
일례로 심장내과 전문의 A씨는 '혈액정화, 가슴 두근거림' 등의 환자진료만 해 심장검사 부분을 특화시켰다. B안과 원장은 안검하수 등 눈성형만 한다.
개원가는 경쟁시장이다보니 끊임없이 고민하고 진화하고 있다.
개원 컨설팅 전문가들은 진료실에서 환자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시대는 지났으며 이럴 때 일수록 자신의 전문과목을 살려 특화 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전문가들이 주목받는 시대지만 국내 의료계는 90% 이상이 전문의라는 특수성을 갖추고서도 그 전문성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 국내 개원가는 전문성의 특화에 나서야 할 때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전문성을 파괴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의사의 탓만 할 수는 없다. 물론 개원가가의 무차별적인 경쟁도 그 이유가 될 수는 있지만 그 전에 제도가, 정책이 국내 의료현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고민해야 한다.
문득 "의사라면 진료실에서 환자를 만나고 치료하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데, 본의 아니게 먹거리에만 관심을 가져야 하는 현실이 아쉽다"고 쓴웃음을 짓던 한 내과 개원의의 하소연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