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아환자가 야간이나 휴일에 응급실이 아닌 외래에서 진료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달빛어린이병원 추진 계획을 밝힌 가운데 수원에서도 이와 유사한 병원 시스템이 도입될 예정이어서 의료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의료계는 막대한 예산과 지속적인 운영비가 투입되는 어린이 병원이 늘어날 경우 경우 의료공급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의원실에 따르면 수원에 소아를 위한 공공의료병원 구축 계획을 일정 부분 구체화한 상태다.
박 의원은 당선 전부터 어린이 공공의료시스템 구축이 '어린이 안심케어'의 일환임을 강조한 바 있다.
어린이 병원은 소아과 전문의가 교대로 24시간 응급실에 상주하는 국공립 어린이 종합병원의 형태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복지부가 밝힌 경증 소아환자가 응급실이 아닌 외래에서 밤 23~24시까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달빛어린이병원' 제도와 사실상 같은 방식인 셈이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달빛어린이병원과 유사점이 있지만 수원시에 유치하려는 어린이 병원은 실질적으로 보호자가 소아들과 함께 손쉽게 병원을 찾도록 해 지역 내 보건과 복지 수준을 높이고자는 것"이라면서 "총론은 병원을 유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각론만 논의 중에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미 부지 선정 작업은 다 돼 있고 달빛어린이병원이 들어서지 않는 곳에 공공병원을 운영하는 만큼 중복 투자의 우려도 없다"면서 "이미 운영되는 곳에 병원을 유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부안만 정해지면 계획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어 "당 차원에서 혼자할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세부 안의 장단점을 따져 운영 계획 등 세부 안을 마련하겠다"며 "지역 내 소아청소년과와 대학 병원뿐 아니라 복지부, 기재부, 지자체와도 의견을 나눠 우려점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달빛어린이병원과 지역이 겹치지 않는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지역 내 소청과의원들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소아의 원활한 야간 진료를 위한 소아가산제도가 있기 때문에 지역 내 의료전달체계를 위해서는 가산 제도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아청소년과를 운영하고 있는 고양시의사회 심욱섭 회장은 "응급 상황에서 수원 시내 어디에서건 10분 내로 종합병원에 갈 수 있다"면서 "소아의 의료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비용 투자 대비 효율성이 있는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정부의 달빛어린이병원에 막대한 국민 세금이나 지자체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비슷한 방식의 어린이 공공병원이 들어서 정부 투자를 받는다면 지역 내 의원 소청과가 동일선 상에서 경쟁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공공병원 대신 소아가산제의 확대를 주문하고 나섰다.
신현영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환자들이 진료를 위해 특정 병원을 찾는 것보다 가까운 일차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훨씬 더 낫다"면서 "소청과 개원의들의 야간 진료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소아 경증환자의 가산제를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원에도 병원이 상당히 많은데 과연 소아전문병원을 유치한다고 해서 비용 대비 효용성이 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기관 유치에 투자하는 것 보다 지역 내 소청과 의원들이 야간 진료에 참여하다록 가산율을 높여 달라"고 전했다.
그는 "실제로 지난해부터 소아 야간 가산제도에 참여 의원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역주민의 접근성과 편의성이 함께 높아졌다"면서 "다만 소아야간 진료 건수는 기관 참여 수와 달리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어 소아야간가산제도의 효율성 제고가 더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