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약 2개월 남은 11월 현재, 일선 개원가에는 매출을 줄여 세무검증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한 방편으로 해외여행을 선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부터 성실신고확인제 대상 기준이 매출 7억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낮아지면서 대상자가 확대된 것에 따른 현상이다.
최근 개원가와 세무사무소 등에 따르면 연 매출이 5억원 언저리에 있는 의원들은 성실신고확인 신고 대상이 된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매출을 올리는 대신 해외여행 등의 방법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서울 A개원의는 "10월까지 총 매출이 4억원 조금 넘는다. 성실신고확인 대상이 되는 대신 연말에 열흘간 유럽여행을 가기로 했다"며 "처음엔 돈이 먼저라고 생각했지만 욕심을 버리고 5일 근무제를 하면서 취미활동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B개원의도 "성실신고확인제 원년부터 대상이 됐는데, 제도 시행 전에는 1~2개월 소득이 세금으로 나갔지만 제도 대상이 되면 3~4개월치 소득이 세금으로 나간다. 버는 돈이 모두 세금으로 나가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매출이 5억원에 육박하면 해외여행 등을 선택해 일단은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세무사무소도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었다.
서울 T세무법인 관계자는 "성실신고확인제가 처음 실시됐을 때도 매출이 7억5000만원 근처인 개원의들이 해외여행을 떠나는 현상이 있었다. 올해 처음으로 신고대상 기준이 5억원으로 확대되는 만큼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의사들이 성실확인대상자가 되는 것을 기피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개인사업자는 정상적인 근로시간을 넘어서 주말 에도 일을 하는 등 스스로 노력하는 부분이 있는데 세금폭탄을 맞게되면 근로의욕 상실은 당연지사다. 제일 심한 분야가 의료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사업과 관련있는 비용이 커야 하는데 병의원 특성상 고정비가 많다. 임차료, 인건비, 감가상각비 등은 변동비가 그다지 크지 않다"며 "결국 수입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세율 낮추는 방법 고민해야"
그렇다면 총매출 5억원을 넘어가는 의원들이 조금이라도 세율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영수증 처리를 꼼꼼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의 K세무사무소 관계자는 "영수증을 철저하게 챙겨야 한다. 구체적으로 경조사에 들어가는 비용은 현금으로 하는데다가 세무사에게 말을 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산데 챙겨야 한다. 의원 직원들과 친목 도모 차원에서 갖는 식사나 문화행사도 반드시 영수증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평소 나눔에 관심이 있었던 의사라면 기부를 하는 것도 절세를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노원구의사회 장현재 회장(전 의협 세무대책위원장)도 "철저하게 영수증 처리를 하고 세금계산서를 받아야 한다. 한달에 세금이 얼마나 나갈지 예측해서 미리 저금을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개원의는 자영업자라는 입장도 확실히 인지해야 한다는 충고도 이어졌다.
장현재 회장은 "원장은 단순한 의사가 아니라 경영자다. 세입, 세출에 대해서 늘 염두에 두고 당기 순이익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대가 맑아지고 밝아져서 세무검증을 마냥 피할 수 없다. 개별 의사들이 세금을 정정당당하게 내고, 의협은 세율을 낮추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