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료원이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리는 양성자 치료기 도입 계획을 원점부터 재검토에 들어가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원이 이미 양성자 치료기 가동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1천억원이 더 들더라도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연세의료원 고위 보직자는 13일 "이미 경쟁병원에서 양성자 치료기를 도입한 상황에 굳이 우리가 후발주자로 이를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의견이 많다"며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하는 방안을 재검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연세의료원은 최근 프로노바사와 MOU를 맺고 양성차 치료기 도입에 속도를 내는 중이었다.
당초 연세암병원 개원에 맞춰 양성자 치료센터를 신축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일정에 일부 차질을 빚었던 상황.
그러한 가운데 돌연 이 계획을 원점으로 돌리고 중입자 치료기로 방향을 급선회한 것이다.
그렇다면 꿈의 암 치료기라도 불리는 양성자 치료기와 중입자 치료기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양성자 치료기는 수소 원자핵을 싸이클로트론으로 가속해 암을 치료하는 장비로 기존의 선형 가속기가 일부 정상세포를 파괴하는 것에 비해 종양에만 선량을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국립암센터가 양성자 치료기를 도입해 운영중이며 삼성서울병원은 2015년 가동을 앞두고 있다.
중입자 치료기도 원리는 같다. 하지만 사이버나이프 기능이 추가되면서 치료효과는 암 부위별로 최소 10배에서 최고 50배까지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만큼 예산은 크게 차이가 난다. 양성자 치료기는 1000억원대에 설치가 가능하지만 중입자 치료기는 최소 2500억원 이상이 들어간다.
이로 인해 삼성서울병원도 당초 중입자 치료기 도입을 검토하다가 양성자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세의료원 보직자는 "정남식 의료원장이 중입자 치료기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한 것으로 안다"며 "내부적으로도 차라리 들여온다면 중입자로 가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하다"고 귀띔했다.
또한 그는 "삼성서울병원과의 경쟁심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이미 국내에 양성자치료기가 두대가 들어와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역시 예산이다. 2500억원은 기계값일 뿐 시설비 또한 500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총 예산 3000억원이면 왠만한 대학병원을 세울 수 있는 금액이다.
더욱이 이미 세브란스병원 새병원 공사와 연세암병원 신축, 또한 내년으로 예정된 의대 재건축에만 이미 1조원이 넘는 돈이 들어가면서 연세의료원의 곳간은 비어있는 상태다.
이 보직자는 "양성자 치료기에 비해 예산이 3배 이상 투입되기 때문에 이를 마련하는 것이 최대 난제"라며 "방법은 기부 등이 유력하지만 암병원을 신축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미 심혈관병원 주차장에 부지도 마련한 상태인데다 이미 삼성서울병원에 이어 서울성모병원 또한 꿈의 암치료기에 도입에 나섰다는 점에서 미룰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경영진들이 머리를 모으고 방법을 찾고 있는 만큼 조만간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