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지시를 받지 않고 보험가입자를 방문해 채혈 등을 한 간호사와 임상병리사 300여 명에게 보건복지부는 1개월여의 자격정지처분을 내렸지만, 법원은 처분이 과하다고 봤다.
서울고등법원 제5행정부(재판장 조용구)는 최근 보건복지부가 파라메딕 서비스 회사에서 근무하며 방문진료를 한 간호사와 임상병리사 329명을 상대로 제기한 '자격정지처분 취소' 항소심에서 복지부 패소 판결을 내렸다.
민간보험 가입 전 건강검진을 대행해주는 출장검진 의료기관을 일컫는 '파라메딕'은 간호사와 임상병리사를 고용해서 보험가입자를 방문토록 해 혈압검사, 요검사, 신체계측, 채혈 및 문진 등을 하도록 한 후 건강검진 결과를 보험사에 통보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검찰은 이들 간호사와 임상병리사를 보건범죄단속 특별조치법 및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복지부는 검찰의 처분이 있은 지 3년이 지나서야 간호사들은 1개월 15일, 임상병리사는 1년이라는 자격정지 행정처분을 내렸다.
간호사와 임상병리사는 "복지부는 10년 동안 파라메딕 서비스에 대해 제재를 하지 않았고, 유사 서비스를 용인해줬다. 검찰 처분 후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다고 갑자기 처분 했다"고 주장하며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복지부는 "파라메딕 서비스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간호사와 임상병리사들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며 맞섰다.
결과는 복지부의 완패.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법원은 복지부가 재량권을 일탈 남용해 과한 처분을 내렸다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간호사와 임상병리사는 파라메딕 업체에 고용돼 그 지시와 감독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것일 뿐 주도적으로 서비스를 기획하거나 수행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파라메딕 서비스는 1997년경 우리나라에 들어와 10년이 넘도록 행해져 왔는데 문제 제기가 없었고, 2012년에 이르러셔야 대법원이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판시했다. 2008년 이전에 파라메딕 서비스를 수행한 원고들은 위법성을 명확히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파라메딕 서비스에 대해 부작용 사례가 나오거나 의료사고가 발생한 적은 없었다"며 "복지부의 행정처분으로 입게 되는 원고들의 불이익이 공익성보다 지나치게 크게 보이기 때문에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