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A제약사 관계자는 얼마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춘계 학술대회 운영을 위해 부스를 유치할 수 있느냐는 B의학회 직원의 문의였다.
올해 B학회 부스 유치 계획이 없던 A사는 고민 끝에 참여가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다. 약가인하, 리베이트 규제, R&D 투자 등으로 수익률이 낮아져 예년처럼 많은 학회 참여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며칠 뒤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전화 통화를 했던 B의학회 직원이 회사 앞에 찾아온 것이다. 더 놀랄 일은 그 직원이 바로 학회 고위 임원, 즉 대학병원 교수였다는 점이다.
A사 관계자는 "통화했던 의학회 직원이 학회 고위 임원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학회 일반 직원으로 알았다. 대학병원 교수가 직접 부스 유치를 위해 회사까지 달려온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춘계 학회 시즌을 앞두고 각 학회 임원들이 부스 유치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알아서 참여하던 제약사들이 약가인하 등으로 어려워진 주머니 사정 등을 이유로 학회 지원을 대폭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국적 B사 PM은 "업계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마이너 학회 지원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예전에는 꿈도 못 꾸던 대학병원 교수들의 부스 지원 요청도 요즘은 자연스럽게 거절한다"고 귀띔했다.
국내 C사 PM도 "최근 일부에서 국내학회를 국제학회화해 제약사 지원금을 더 받으려고 한다. 하지만 리베이트 규제가 심해지면서 회사마다 후원할 수 있는 상한선이 생겼다. 이렇다 보니 학회 고위 임원들까지 나서 제약사에게 후원을 읍소하는 일도 벌어진다"고 상황을 전했다.
학회 임원들 사이에서는 부스 유치가 경쟁력이 됐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최근 신생 학회를 연 모 회장은 "일부 학회는 이사당 부스 유치 할당량이 정해져 있다. 임기를 이어가려면 부스 유치를 잘해야 한다는 농담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씁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