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의 주사위가 던져졌다.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17일까지 한달 넘게 펼쳐진 레이스에서 과연 누가 웃게될까.
각 후보들이 정치적인 노선과 출신 대학, 지역, 지지 세력 등으로 개별적인 '캐릭터'를 구축한 까닭에 각 후보별 당선이 가져오는 '선거사적 의미'도 천차만별.
회원들의 뜻을 통해 초대 직선회장을 배출한 제32대 의협 선거를 기점으로 제39대 선거를 흥미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몇 가지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기호 1번은 줄줄이 고배, 이번엔?
2001년 제32대 의협 회장 선거 이후 기호 1번 후보의 당선은 씨가 말랐다. 먼저 32대 신상진 후보부터 33대 김재정 후보, 34대 김동익 후보는 모두 3번 기호를 배정받고 당선됐다.
35대 주수호 후보는 기호 4번, 36대 경만호 후보는 기호 2번, 37대 노환규 후보는 기호 5번, 38대 추무진 후보는 기호 2번이었다.
의료계는 정치권과 달리 기호 1번이 가지는 '묻지마식 투표'의 수혜 영향권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다는 뜻이 된다.
임수흠 후보(기호 1번)는 서울시의사회 회장이라는 확고한 지지 기반과 조직을 갖춘 인물로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대세'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1번의 징크스'를 깰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과거 대세로 분류됐던 주수호 후보나 나현 후보, 박종훈 후보도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는 점에서 임수흠 후보가 '대세의 징크스'마저 깰 수 있을 지 여부도 관심사다.
현직 프리미엄도 어쩌지 못한 재선 징크스
추무진 후보(기호 2번)가 재선의 성공 가능성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줄곧 의협 회장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해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말이 회자된 까닭이다.
실제로 32대 신상진 회장은 33대 재선에 도전했다가 김재정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다. 특히 35대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주수호 회장도 36대 재선에 나왔지만 경만호 후보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배를 맛봤다.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 '현직 프리미엄'을 믿고 도전한 재선이지만, 그간 유권자들의 선택은 '뉴 페이스'였다. 회무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다.
그런 의미에서 보궐선거로 입성한 추무진 회장의 이번 39대 재선의 성공 여부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재선에 성공한다면 보궐선거 당선 이후 10개월간 안정적 회무라는 신임을 얻은 셈이 된다.
경고 받은 자가 당선된다? 경고의 징크스
속설처럼 퍼진 "경고 처분을 받은 후보자는 당선된다"는 징크스도 흥미롭다.
실제로 35대와 36대 선거에 각각 출마했던 경만호 후보는 수 차례 경고 조치를 받았지만 결국 36대에서 의협 입성에 성공했다.
38대에 출마한 추무진 후보 역시 대량 문자 발송과 그에 따른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로 2건의 경고 조치를 받았지만 당락에 영향은 없었다.
올해 선거에서 경고 조치로 가장 크게 주목 받은 인물은 조인성 후보(기호 3번)다. 동문을 빙자한 문자 발송이라는 이유로 후보자 중에서 유일하게 경고 조치를 받았다. 조인성 후보에게 내려진 경고 조치는 한 건에 불과했지만 지지자들 총 8명도 대량의 경고와 주의 조치를 받았다.
조인성 후보는 경고 조치에 반발하고 있지만 경고 조치를 받은 자가 당선된다는 속설에 비춰보면 경고 처분은 징크스 보다 오히려 길조에 가깝다.
지방대·지역의사회 출신은 안 된다?
의약분업 이후 의협 회장의 역사는 사실상 SKY(서울·고대·연대)와 인서울(In 서울)로 요약된다. 지난해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는 모두 SKY 출신이었다.
실제로 32대 신상진 회장은 서울대의대, 33대 김재정 회장은 고대의대, 34대 장동익 회장은 연대의대, 35대 주수호 회장은 연대의대, 36대 경만호 회장은 가톨릭의대, 37대 노환규 회장은 연대의대, 38대 추무진 회장은 서울의대다.
34대 선거에 입후보한 변영우 경상북도의사회 회장(경북의대)이 의협 창립 이래 첫 지방대 출신 회장의 성사 여부로 관심을 끌었지만 끝내 고배를 마셨다.
이번 39대 선거에서는 유일한 지방대 출신의 송후빈 후보(기호 5번·순천향의대·충남의사회장)가 그 관심의 바톤을 이어받았다. 그의 당선시 지방대와 지역의사회 회장 출신의 첫 의협 입성 사례로 기록된다.
마찬가지로 검정고시 출신의 이용민 후보(기호 4번)의 당선 여부도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인서울로 분류되는 경희의대를 졸업했지만 대다수의 의협 회장들과는 다르게 전문의를 취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송후빈과 이용민 후보는 각각 지방대 출신과 검정고시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지만 이런 '멍에'는 당선시 후보자를 더욱 빛내줄 '명예'로 뒤바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