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제39대 회장 선거 투표율이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나타났던 사상 최저의 투표율 기록을 깰 수도 있다는 우울한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선거권자라는 모수가 늘어난 만큼 투표자도 늘어나야 투표율이 올라가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전년 대비 하락한 온라인투표 신청에 이어 우편투표 용지의 접수마저 반등없는 하락추세로 기울었기 때문이다.
선거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해 선거권자를 대폭 확충한 것이 이른 바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하게 할 수도 있는 '패러독스'의 함정에 빠진 셈이다.
의협 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한 의협 회장 선거 투표용지 접수 현황을 보면 투표용지 접수를 시작한 5일부터 16일 현재까지 접수된 건은 총 5257통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같은 기간 총 우편투표 용지 접수 건은 5349통으로 이에 비해 92통 뒤쳐졌다.
더 큰 문제는 우편투표 용지를 접수하기 시작한 5일 이래로 투표 열기가 얼어붙고 있다는 점이다.
5일 423통을 시작으로 6일 1036통, 9일 977통을 기록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후 10일 760통, 11일 591통, 12일 577통, 13일 512통으로 반등없는 하락 추세를 면치 못했다.
점진적인 하락 추세의 방점은 16일에 나타났다. 고작 381통을 접수받아 전년 동기(823통) 대비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우편투표 용지 접수 건수에서 꾸준한 반등이 나온 지난해 보궐선거와 달리 이번 선거에는 반등세 없는 점진적인 하락만 나타났다는 점에 비춰보면 남은 4일 간의 용지 접수에서 큰 폭의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게다가 올해는 온라인 투표의 신청자마저도 줄었다.
지난해 온라인 투표를 신청한 인원은 총 7842명. 올해는 7597명으로 245명이 감소했다.
선거권자 확충이 최저 투표율의 저주로?
8일 동안 접수된 총 우편투표 용지 5257통의 하루 평균값은 657통. 이를 기준으로 4일간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용지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총 2628통(657*4)이 된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우편투표 용지의 접수 건이 떨어지고 있고, 선거일 당일에는 투표 용지 접수율이 현저히 낮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우편투표의 접수 건수는 최대 7800여통(5257+2628) 정도로 추산이 가능하다.
올해 온라인 투표의 신청자 수는 7597명. 지난해 온라인 투표의 참여율인 57.5%를 올해 신청자 수에 적용하면 실제 온라인 투표 참여자는 총 4368명 수준으로 전망된다.
앞서 추계한 우편투표 7800통과 온라인 투표 참여자 4368명을 대입해 추산하면 올해 총 투표 참여자 수는 1만 2168명으로 나타난다.
선거권자라는 모수는 늘었지만 투표 참여자 수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선거권자의 확충이 역대 최저 투표율 저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올해 선거권자는 4만 4414명으로 지난해 전체 유권자 3만 6083명에서 8331명이 늘어났다.
역대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한 지난해 보궐선거는 전체 유권자 3만6083명 중 총 1만 448명(우편투표 5938명+온라인 투표 4510명)이 참여해 28.96%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올해 총 선거권자는 4만 4414명. 이중 앞서 추계한 1만 2168명이 투표에 참여한다고 가정하면 27.4%의 투표율이 나온다. 가정이긴 하지만 현재와 같이 얼어붙은 표심에 큰 폭의 변화가 없다는 역대 최저 투표율의 갱신은 불보듯 뻔하다.
더 큰 문제는 현재의 가정이 현실화됐을 경우 제39대 대한의사협회장의 대표성에 의문 부호가 달린다는 점이다.
과반수 이상의 표를 얻어 당선된다 해도 고작 6천 표로 당선되는 회장이 나온다. 대내외적으로 의협이 자랑하던 전체 11만명의 회원에 비하면 대표성을 띠기에는 턱없이 궁색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