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의사협회 회장이 재임된 상황에서 '추무진 당선자'라는 단어가 낯설다.
제39대 의협 회장 선거가 종료된 지 열흘이 지난 현재 추무진 당선자는 전국 시도의사회 정기대의원총회를 방문해 감사의 뜻으로 큰 절을 올렸다.
추무진 당선자의 승리 요인은 무엇일까.
상근부회장을 비롯한 의협 집행부는 선거 중립을 지켰고 추무진 회장 혼자 회무와 선거운동을 병행했다.
일각에서는 현직 회장이라는 프리미엄이, 다른 한편에서는 전공의 특별법이 당선 수훈갑이라는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3000 여표 득표라는 액면가를 반영해 '어부지리' 당선이라는 냉혹한 평가도 들린다.
막강한 조직을 내세운, 직선제 경험을 실천한, 강한 투쟁력을 호소한, 지방 출신 새판갈이에 주력한 후보 4명의 고른 득표가 추무진 당선자에게 '득'으로 작용했다는 의미이다.
잔치는 끝났다. 모든 시선은 추무진 당선자에게 쏠려있다.
보궐선거 회장, 단식한 회장, 범생 회장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
행사장마다 방문해 반복하는 재선 감사 멘트는 이제 무의미하다.
의사 회원들이 바라는 것은 추무진 당선자의 말이 아닌 실천이다.
정부의 장단에 맞춰 의사들이 춤추는 삐뚤어진 의료생태계를 바로잡고, 때로는 정부와 맞서 '노'라고 강단 있게 맞서는 진정성 있는 수장을 원하는 것이다.
회장 당선 후 단골메뉴인 의협 사무국 칼질도 과감히 떨쳐 버려야 한다.
약사회 직원 수는 의협 사무국 절반 수준인 60명. 이들은 약사회장이 바뀌더라도 전문성을 인정받아 6만 약사의 권익을 지탱해 온 숨은 힘이다.
추 당선자가 자인했듯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일부 지지층을 의식한 겉치레 식의 홍보보다 10만 의사들이 목말라하는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트라우마로 작용하는 불안요인을 제거하는 체감 정책을 펼쳐야 한다.
현직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당선된 만큼 '허니문'이 필요하다는 투정도 오래가선 안 된다.
5월부터 시작하는 의협 회장 임기 3년은 결코 짧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