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 재진 환자를 받지 않겠다는 의지에 여러가지 논란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언젠가는 진정한 3차 병원을 만들고자 하는 삼성서울병원의 뜻을 알아줄 겁니다."
최근 연임에 성공한 삼성서울병원 송재훈 원장은 '비전 2020'을 향한 의지를 이같이 요약했다.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묵묵히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송 원장은 8일 "빅5병원을 비롯한 모든 대학병원들이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지만 삼성은 그렇지 않았다"며 "타격이 없는 것이 아니라 교수들을 과잉 진료로 내몰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운을 띄웠다.
그는 이어 "병원장에 취임한 이후 임기를 수행하는 3년 동안 단 한번도 다른 병원과 외래 환자수를 비교하거나 진료 수익을 언급한 적이 없다"며 "병원장이 그 말을 입에 담는 순간 교수들은 환자수를 늘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병상과 외래 환자수 등 진료 실적으로 국내 다섯 손가락 안에서 만족하는 허울뿐인 실적에 목매지 않겠다는 것이 송 원장의 의지다.
송재훈 원장은 "진료 실적에 대한 압박은 곧 과잉 진료와 재진 환자 유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3달 뒤에 내원해도 되는 환자를 1달 뒤에 불러 재진 접수료를 타먹는 꼼수가 병원 수익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게 해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로 인해 송 원장은 지난해부터 모든 교수들에게 경증 환자와 재진 환자를 모두 협력 병의원으로 보내라고 독려하고 있다. 사실상 병원의 지침이다.
처음에는 이러한 의도에 의구심을 보이던 교수들도 이제는 송 원장의 뜻을 이해하고 적극 동참하고 있다. 신규 환자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이러한 분위기가 만든 성과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은 일일 외래 환자 8000여명 중 신규 환자가 600여명에 달한다. 국내 모든 대학병원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송 원장은 "국내 최대 병상 병원인 서울아산병원보다 외래 환자수는 3000여명이 적지만 신규 환자가 더 많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수치"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러한 지침이 탄력을 받으면서 중증 환자 비율 또한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경증 환자를 모두 협력 병의원으로 되돌려 보내면서 중증 환자가 늘고 있는 셈이다.
송재훈 원장은 "현재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중증 환자 기준을 적용하면 삼성서울병원은 무려 50%가 넘어서고 있다"며 "환자 중 절반 이상이 중증 환자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급종합병원 기준이 30%라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치"라며 "삼성서울병원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그 또한 이러한 삼성서울병원의 움직임에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상대적으로 의료 비용이 많은 초진 환자만 유치하는 것이 아니냐는 눈총이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비판을 한마디로 일축했다. 정말로 돈을 벌려고 했다면 이러한 시스템을 갖췄겠느냐는 반박이다.
송 원장은 "상급종합병원이라면 적어도 환자 의뢰 비율이 50%를 넘겨야 한다고 본다"며 "개원가에서 최대한 검사와 치료를 진행하다 도저히 안되는 환자들을 넘기는 프로세스가 맞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삼성서울병원은 그러한 병원을 만들기 위해 적자를 무릅쓰고 중환자실을 늘리고 응급실을 개편한 것"이라며 "언젠가는 삼성서울병원의 이러한 의지를 알아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