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민건강보험발전위원회 주최로 열린 '국민건강보험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공청회'에서 의약계, 학계, 시민단체, 노동계를 대표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총액관리제와 보험자 역할 재정립 방안을 두고 한바탕 격론이 벌어졌다.
총액관리제=의협 신창록 보험이사는 "규제와 통제위주의 건강보험제도에서 DRG 확대 및 총액관리제 도입 등 지불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보험의 퇴조를 초래할 수 있어 적정부담-적정급여-적정수가라는 건강보험제도의 근본적 토대가 우선 마련되어야 한다"고 시기상조론을 펼쳤다.
또 요양기관계약제 도입에 대해 "당연지정제를 폐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며 "요양기관으로 지정을 원하는 개별 의료기관이 의료단체에 신청한 후 의료단체 대표가 신청한 의료기관을 대표해 보험자와 일괄 계약하는 단체계약제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병원협회 이성식 경영이사도 "민간의료기관이 90%에 달하고 의료기관 수입의 70%가 건강보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지불구조의 변경은 의료기관 경영과 의료 발전에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는 중요한 구성원인 의료공급자의 시각이 배제되었다는 점에 대해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연구과정에서 의료계가 배제된데 대해 못마땅해 했다.
학계와 노동계는 반대하는 입장과 법적으로 보완책만 마련된다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의견으로 엇갈렸다.
전북대 백종만 교수는 "비급여로의 비용전가 방지를 위한 비용효과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의 구축이 가능해야 한다"며 "모니터링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많은 감독 비용이 유발된다면 총액관리제 도입이 의료비용의 경감을 가져온다는 확신이 없고, 부실한 감독은 의료의 질을 낮추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세종대 이수연 교수는 "기존 건강보험제도가 가격통제 위주였다면 정책제안은 총의료비를 통제하는 방향이며 총의료비를 통제하면서도 의료의 질을 관리함으로써 비용-효과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바람직한 것"이라며 찬성했다.
민주노총 김동호 정책연구위원장은 "총액관리제는 기존 관리방식보다 개선된 것"이라고 평가하고 "물가연동식 총액관리제 등 재정 적자시 수가를 동결 또는 인하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험자역할 확대의협 신창록 이사는 "제안에는 가입자의 대리인으로서 진료내역에 대한 실사권 부여, 요양급여기준의 1차적 결정 등 권한을 공단에 부여하고 있지만 공단은 그럴 권한도 능력도 갖추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병협 이성식 경영이사는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공익적인 측면에서 보험제도를 구성하고 있는 한 축으로서 의료공급자를 보호하려는 기능이 전무하다"며 " 가입자만의 보험자라면 기능확대는 수용할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한국노총 이동호 기획조정실장은 "여러 정황을 볼 때 공단이 가입자에 대한 보험자 고유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또 법집행기관인 공단이 가입자의 대리인 및 보호자로서의 역할도 어떤 근게에 의해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건강보험청'을 설치해라"고 비꼬았다.
그러나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 공동대표는 "공단의 기능이 제안서보다 더 강화되어야 한다"며 "특히 재정운영위원회를 해체하고 100여명으로 가입자위원회를 구성해 보험료 및 수가조정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고 재정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국민감사를 공단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각 직역간의 첨예한 갈등을 공단이 중심이 되어 풀어가게할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갈등해소 프로그램 마련을 제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