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명가 사노피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세포배양 방식의 일본뇌염 예방 생백신 '이모젭'과 적응증 추가가 예정 중인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예방 백신 '메낙트라'가 비슷한 시기에 동시 출격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사노피 그룹의 백신 사업부인 사노피 파스퇴르(대표 레지스 로네)는 지난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이모젭 시판허가를 획득했다.
이모젭은 세계보건기구의 권고를 따른 세포배양 방식으로 생산되는 새로운 개념의 일본뇌염 예방 생백신으로 치메로살, 젤라틴, 항셍제와 같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이로 인한 이상반응 발생 가능성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이모젭은 높은 면역원성을 갖고 있어 1회 접종으로 기존 사백신 2~3회 접종과 비슷한 예방효과를 나타낸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소아에서 일본뇌염 사백신은 총 5회를 접종해야 하는 반면, 이모젭은 총 2회로 접종이 완료된다. 이로써 사백신이 가지고 있던 다수 접종의 불편함을 해소해 환자와 환자 보호자에게 편리한 접종 스케쥴을 제공한다.
사노피 파스퇴르 관계자에 따르면 이모젭은 오는 6월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사노피 파스퇴르의 또 다른 백신이 적응증 추가를 앞두고 있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예방 백신 '메낙트라'가 주인공이다.
메낙트라는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의 주요원인인 4개(A, C, Y, W-135) 혈청군을 예방하는 4가 다당류 디프테리아 톡소이드 접합백신으로, 판매량 기준으로 수막구균성 4가 단백접합백신 중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 2월말 기준으로 전세계 55개국 이상에서 총 7300만 도즈 이상이 공급된 백신이다.
국내에서는 현재 만 11세 이상 55세 이하의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1회 접종을 허가 받은 상황.
반면 미국 FDA는 지난 2007년 만 2세~만 10세까지 1회 접종으로, 2011년에는 9개월 이상 24개월 미만의 영유아 대상으로 2회 접종까지 적응증을 추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사노피 파스퇴르는 국내에서도 9개월 이상 24개월 미만의 영유아 2회 접종, 만 2세~만 10세까지 1회 접종 적응증 추가를 위한 노력을 진행해왔으며, 다음달 초 적응증 추가가 확정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예방백신의 경우 다른 의약품에 비해 개발부터 제품출시까지 비용과 시간의 투입이 큰 의약품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 제약사에서 같은 시기에 두 가지 백신을 출시하기란 쉽지 않다.
사노피 파스퇴르는 메낙트라, 이모젭이 각각 5월과 6월 연달아 시장에 선을 보일 예정이라 두 백신의 마케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사노피 파스퇴르는 이달 초 메낙트라를 출시하고 프랑스 출신 태권도 선수로 최근 연예계에서 활약 중인 파비앙을 앞세워 본격적인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예방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지난 18일에는 '제7회 세계 뇌수막염의 날'을 맞아 파비앙을 일일 태권도 사범으로 초빙해 '메낙트라 태권도 교실'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모젭 광고모델로는 배우 송일국의 세쌍둥이를 발탁했다.
사노피 파스퇴르는 이달부터 인쇄물과 온라인을 통한 질환 및 제품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세쌍둥이를 활용할 방침이다.
사노피 파스퇴르는 지구온난화로 다시 증가하기 시작한 일본뇌염의 위험성 및 올바른 예방을 알리기 위한 '일본뇌염 바로 알기' 캠페인과 함께 세쌍둥이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이모젭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사노피 파스퇴르는 이모젭이 식약처의 허가를 획득하기 전부터 SK케미칼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는 등 적극적 국내 시장 공급 전략을 펴고 있는 상황이다.
두 백신이 시장에 본격 진입하면 지금보다 마케팅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노피 파스퇴르가 어느 백신의 마케팅에 힘을 더 기울일 것인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활발한 국제적 교류에 따라 해외 여행, 유학, 어학연수 등도 늘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단체생활의 초기단계에서의 발병 위험이 높은 수막구균성 질환 예방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적응증을 확대한 메낙트라는 사노피 파스퇴르에겐 장기보험과 같이 든든한 존재다.
이모젭의 무게감 역시 메낙트라에 뒤지지 않는다.
일본뇌염 생백신이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됨에 따라 무료접종이 가능하다는 점과 무엇보다 현재 일본뇌염 백신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백신에 비해 접종 횟수를 절반 이하로 줄였다는 점에서 이모젭의 성장 가능성은 상당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기 때문이다.
우산장수와 짚신장수를 둔 어머니와 같이 행복한 고민에 빠진 사노피 파스퇴르가 각 백신에 대한 마케팅을 어떻게 펼쳐나갈지도 두 백신의 출시와 함께 지켜볼 관전 포인트다.
한편, 사노피 파스퇴르 내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될 이모젭과 메낙트라를 담당하고 있는 PM들도 동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