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의원급 차등수가제 폐지 대안으로 '진찰횟수' 공개 카드를 꺼내 들자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진찰횟수 공개가 소비자들의 알 권리 강화 및 의료기관 선택권 강화는 커녕 의사 줄 세우기 정책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복지부는 지난 3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를 열고 '의원급 진찰료 차등제(이하 차등수가제) 개편 방향 검토'를 보고했다.
이날 공개된 개편 방향의 핵심은 수가 차감 형태의 차등수가제를 폐지하고, 병원급도 적용 가능한 새로운 제도 도입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복지부가 제시한 새로운 제도는 '진찰횟수 공개'.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평균 진찰횟수 등 정보를 분석, 평가해 소비자에게 공개한다는 계획으로, 의원급과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평균 진찰횟수 공개와 함께 향후 병원 내 진료과목별 정보 공개까지 검토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진찰횟수 공개를 통해 의료기관 선택하는 소비자 알 권리 강화와 과도한 진료횟수 의료기관 기피 그리고 의료기관 자체 개선 노력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의 기대와는 달리 의료계는 전형적인 의사 줄 세우기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제도 추진 반대 의지를 분명히 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정서상 사람 한 명 없는 음식점에 손님은 가지 않는다. 여름에 1시간씩 줄 서는 냉면집을 오히려 더 손님들은 선호하지 않나"라며 "올바른 진료지표를 공개한다는 것도 아니고 하루에 환자를 몇 명 보는지 공개한다는 것은 마치 환자에게 그 의료기관을 가라고 부추기는 것이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형적인 의사 줄 세우기로 현장의 이해 감이 부족한 탁상행정 정책"이라며 "그동안 조건 없는 차등수가제 폐지를 주장해왔지만, 복지부가 진료횟수 공개를 강행하겠다는 의도인 것 같아 안타깝다.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선 개원가에서도 반발하기는 마찬가지.
서울 A 비뇨기과 원장은 "진료횟수 공개는 인기 의료기관과 비인기 의료기관을 나누는 낙인이나 마찬가지"라며 "평균 환자 수를 줄이는 대신 환자 상담 시간을 늘린 선의의 의료기관들이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의원급뿐 아니라 병원계에도 진찰횟수 공개 대상에 포함되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수도권의 B 대학병원장은 "의사 개인별 진찰횟수 공개가 아닌 각 진찰과목 간 평균 진찰횟수를 공개하겠다는 것으로 들었다"며 "차등수가제 폐지 불똥이 병원계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적정성 평가와 함께 의료기관 줄 세우기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