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이 전공의 처우 개선의 일환으로 의사실 리모델링 이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막상 이를 사용하게 될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한 모습이다.
새 가구 등은 반길만 하더라도 과거보다 공간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주로 생활하는 본관과 거리가 멀어져 오히려 수련이 불편할 수 있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세브란스병원은 최근 제중관 리모델링을 통해 전공의 의사실 이전을 결정하고 오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의사실 이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새로운 공간으로 이전하는 만큼 과거 사용하던 노후한 가구와 시설 등은 모두 폐기 처분하며 전공의들의 수요 조사를 통해 침대와 책상 등이 새롭게 배치된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23일 "전공의 생활 환경 개선을 위해 의사실에 대한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다"며 "전공의들의 의견을 취합해 최종적인 디자인 안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새로운 의사실에 대해 전공의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일부 전공의들은 오히려 과거 의사실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내고 있다.
새로운 공간과 새 가구, 집기 등을 제공한다는데 왜 막상 전공의들은 이를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는 걸까.
이유는 바로 노후화된 건물과 동선 때문이다.
실제로 제중관은 사실상 새 병원과 암병원이 지어지기 전부터 사용하던 연세의료원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 중 하나다.
건물이 노후화된 것은 물론 현재 새병원 본관과 암병원 등에 비해 층고도 확연히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세브란스병원의 A전공의는 "전공의 처우 개선을 위해 의국을 옮긴다기 보다는 병실 확보를 위해 쭃겨간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라며 "누가 수십년전에 지어진 어둡고 답답한 건물에 가고 싶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새 침대와 책상을 배치한 것도 너무 층고가 낮아 과거 가구들이 도저히 들어갈수가 없어 그렇게 조치한 것으로 안다"며 "새 집 내놓고 헌 집으로 가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주로 수련을 받는 본관과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도 불만이다. 병동 관리를 맡고 있는데다 유난히 콜이 많은 전공의들을 다른 건물로 쫓아냈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대다수 대학병원들이 병동마다 의사실을 두는 이유가 따로 있다는 것. 이를 역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 공통된 목소리다.
세브란스병원 B전공의는 "본관에서는 콜이 뜨면 곧바로 뛰어나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의사실에서 나와 계단으로 뛰어 내려온 뒤 다시 본관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려야 한다"며 "10층이 넘는 병동에 뛰어가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그는 "의사실은 휴식 공간이라기 보다는 대기 공간인데 이를 다른 건물에 놓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처사"라며 "의사실 이전으로 회진이며 환자 관리까지 동선과 시간이 두배 이상 걸릴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