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오늘부로 지역 사회에서의 메르스 유행 가능성이 없어졌습니다."
정부의 메르스 종식 선언에 의사협회가 동참한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엄격한 종식 선언 기준이 아닌 정치, 경제, 사회적인 영향을 고려한 종식 선언이기 때문에 정부의 원칙 준수를 강조한 전문가 단체로서의 참여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29일 의료계에서 정부의 메르스 종식 선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게 엇갈리고 있다.
앞서 황교안 국무총리는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메르스 대응 범정부 대책회의에서 "집중관리병원 15곳이 모두 관리 해제됐고, 23일간 새 환자가 전혀 없었다"며 국민의 일상 복귀를 당부한 바 있다. 사실상의 종식 선언인 셈.
대한의사협회, 병원협회, 간호협회도 27일 공동으로 사실상 메르스 종식을 선언하고 그동안 불안감 때문에 미뤘던 진료를 받을 것을 당부했다.
추무진 의협 회장 역시 "사실상 오늘로 지역사회에서의 유행 가능성이 없어졌다"며 "국민들이 일상 생활하는 데 문제가 없을 만큼 메르스가 통제 내에 들어왔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번 종식 선언이 WHO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WHO의 감염병 관련 종식 기준은 크게 두 가지. 지난 해 나이지리아의 에볼라 유행 당시 WHO는 마지막 확진 환자 발생 이후 최대 잠복기(14일)의 두 배를 적용했다.
올해 5월 알제리아에서 발생한 는 다른 기준이 적용됐다. 마지막 환자의 완치 판정 이후 최대 잠복기(14일)의 두 배를 적용했다. 쉽게 말해 마지막 환자가 완치된 이후 최대 잠복기의 두 배인 28일 후 종식 선언을 해야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소리다.
WHO의 기준을 국내에 적용하면 마지막 확진 환자 발생일인 7월 4일로부터 28일 후인 8월 2일 종식 선언을 하거나, 마지막 확자의 음성 판정 이후 28일 후에 종식선언을 해야 한다.
의료계 관계자는 "WHO가 기준을 만들면 그것이 바로 원칙이 된다"며 "원칙을 지키지 않아 메르스 사태가 생겼는데 정부나 보건의료계가 종식 선언마저 엉터리로 하는 것에 놀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의협 내부에서조차 의협의 메르스 종식 선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매뉴얼과 원칙 부재가 메르스 사태를 키웠다고 비판한 보건의료계가 국제 기준에 부합히지 않는 종식 선언을 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것이다.
김우주 감염학회 이사장은 "정부가 정치, 경제적인 이유들을 들어 서둘러 종식 선언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정부의 종식 기준에 학회에서 공식적으로 동의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학술적인 기준을 적용하면 마지막 확진 환자 발생일인 7월 4일에서 28일이 지난 8월 2일에 종식선언을 하는 것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선 사실상 종식이라는 의미를 정치, 경제, 사회적인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