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유지현. 이하 보건노조)가 인천성모병원이 돈벌이 경영과 노동·인권 탄압을 하고 있다며, 근거로 병원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보건노조는 20일 인천시 구월동에 위치한 인천YWCA 1층 교육실에서 '인천성모병원 돈벌이 경영 및 노동ㆍ인권탄압 행태 폭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지난달 28일 보건노조가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이인영·장하나 의원과 정의당 정진후 의원 등과 공동으로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인천성모병원의 돈벌이 경영과 노동·인권탄압 실태 고발 및 개선 토론회' 주요 내용에 관한 인천성모병원의 질의에 대한 공개 답변 형식으로 진행됐다.
지난달 28일, 토론회에서 인천성모병원 홍명옥 노조지부장은 수익추구 중심의 병원의 돈벌이 경영 행태를 비롯해 자신이 겪은 집단 괴롭힘, 노조탄압 등의 실태도 고발했다.
토론회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보건노조 유지현 위원장 앞으로 인천성모병원의 공문 한통이 도착했다. 공문의 내용은 전날 토론회에서 노조가 제기했던 인천성모병원의 문제에 대한 근거를 요구하는 질의 공문이었다.
인천성모병원은 질의 공문을 통해 ▲병원의 동의없이 병원의 명예를 훼손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내용의 토론회를 개최한 이유 ▲에이스 3000과 에이스 4000을 문제삼는 이유. 이를 돈벌이 경영이라 주장하는 근거 ▲무엇을 근거로 '환자유치를 위한 홍보마케팅'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지 ▲노조가 주장하는 '환자진료현황 실시간 공개'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이고 어떤 내용을 문제삼고 있는지 ▲노조가 주장하는 '123운동'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이고 어떤 내용을 문제삼는지 등의 답변을 요구했다.
이 밖에 ▲노조는 무엇을 근거로 병원의 의사가 수익성 추구에 내몰렸다고 주장하는지 ▲노조는 무엇을 근거로 병원의 외래 진료에 마감시간이 없다고 주장하는지 ▲노조가 주장하는 차별적 임금임상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 등을 비롯해 28일 토론회에서 노조가 문제삼은 내용에 대해 근거와 답변을 요구했다.
보건노조는 20일 기자간담회 개최와 관련해 "지난달 28일 인천성모병원 노동·인권 탄압 및 돈벌이 경영 실태 고발 국회 토론회 이후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의식과 반향이 있었지만 인천성모병원측은 토론회 다음날 노조로 14개 문항의 질의공문을 접수했다"며 "질의의 주요 내용은 국회 토론회 내용에 대한 조목조목의 반박이었다. 이에 보건노조 인천부천본부는 병원측 질의에 대한 공개답변과 함께 실태를 고발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보건노조 인천성모병원지부 홍명옥 지부장은 병원이 제기한 질의에 대해 지난 수년간의 병원 내부 자료를 근거로 제시했다.
홍명옥 지부장은 "인천성모병원 경영의 최우선 과제와 목표는 새로운 환자유치와 수익창출이었다"며 "그 과제와 목표는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전직원 동원과정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홍 지부장이 근거로 제시한 문건은 지난 2008년 11월 경영전략실에서 작성한 '대팀장 및 중간관리자 회의 운영계획'이었다.
문건에 따르면 비상경영 상황을 인식하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병원의 대응방향 공유의 필요성과 함께 ▲수익창출을 위한 전사적 활동 ▲수익창출을 위한 아이디어 회의를 제시했다.
또한 '비용절감보다는 반드시 수익 창출에 초점'을 맞출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 근거로 2009년 2월 기획조정실 회의록도 공개했다.
홍 지부장은 "당시 회의록을 보면 행정부원장 종합의견으로 환자 풀을 증가시키는 것이 최대 숙제이고 급선무라며 외과, 신경외과 등 수익성 높은 임상과를 선정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것을 밝히고 있다"며 "PET-CT 운용 활성화를 위해 일평균 17건의 촬영 건수를 유지 관리토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에 따르면 수익창출을 위한 병원의 활동은 '보직자 회의 전달사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병원은 종합건진 안과 검사 파트 검사자가 건진환자를 대상으로 ▲고령화 환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백내장 ▲자각증상 없이 진행되는 녹내장 ▲혈압,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망막 검사등 안과 정밀검사의 필요성을 인반 건진의 단순 검사화 차별화해서 홍보할 것으로 밝히고 있다.
홍 지부장은 "환자유치 목표치 미달시 전직원 모니터에 하루종일 적색신호로 깜빡이면서 유치현황이 뜬다"며 "중점진료지표현황도 뜬다. 목표치 90%가 넘으면 노란색, 90% 미만은 붉은색, 초과는 녹색으로 실시간 실적 달성률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마감을 자제하라고 했다는 근거도 제시했다.
홍 지부장은 "오전 외래 1300명 진료 완료한 상태이고 오후 예정이 900명 정도입니다. 가능한 마감 자제하시고 오후 예약 환자들이 부도나지 않도록 미리미리 연락해주세요"라는 병원 내부 메시지도 공개했다.
병원이 부자가 될수록 직원들은 가난해지고 있다는 점도 밝혔다.
홍 지부장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4년간 전직원 임금이 동결됐으며, 2011년에는 10년차 이하 간호사 직종에만 육성수당을 지급했다"며 "올해는 10년차 이하 직원만 임금을 대폭 인상했다. 그러나 임금이 동결됐던 기간 동안 임금이 인상된 이들이 있다"고 했다.
보건노조측가 공개한 인천성모병원 기획조정실장의 급여명세서에 따르면 2006년 연봉은 4879만원. 그러나 2008년 연봉은 8400만원에 이른다.
홍 지부장은 "병원이 위기라는 이유로 전직원 임금이 동결됐을 때, 병원의 돈벌이 경영과 노동조합 탄압을 지휘했던 기획실장의 연봉은 3년 사이 3500만원 이상이 이상됐다"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그 기간동안 임금이 인상된 사람은 기조실장과 함께 가장 특별한 권력에 있던 몇 명 뿐이었다. 이 과정에서 병원을 바로잡고자 요구했던 노동조합은 (병원이)반드시 없애야 하는 가장 불편한 존재였다"고 주장했다.
노조 탄압을 위한 근거로는 ▲노조 조직약화를 위한 탈퇴강요 ▲탈퇴하지 않은 노조 간부에 대한 집단 징계 ▲노조원에 대한 징계와 업무방해 고소고발, 손해배상 청구 ▲사설용역과 병원구사대의 노조사무실 점거 및 감시 ▲노조 감시를 위한 노조사무실 출입구 감시카메라 설치 ▲단체협약 일방적 해지 통보 ▲집단괴롭힘을 위한 조직적 활동계획 수립 등을 제시했다.
보건노조 인천성모병원지부는 천주교 인천교구에 ▲병원의 무분별한 수익추구 돈벌이 경영 중단 ▲인권유린, 노동탄압 중단 ▲행정부원장, 행정실장 등 병원 경영진의 퇴진 ▲노조탄압 중단과 정상적 활동 보장, 단체협약 준수 ▲노동기본권 보장 등 5가지 요구안을 내놨다.
홍 지부장은 "인천성모병원 사태 해결에 주교가 직접 나서기를 촉구하며 주교면담 요청을 위한 천막농성을 인천교구 앞에서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달 말까지 주교면담 진행 등 적극적 사태해결의 과정이 없을 경우 인천지역 원로들의 기자회견 등 실시할 것이다. 만일 인천교구가 사태해결에 직접 나서지 않고 더 이상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9월초 로마 바티칸으로 원정 투쟁을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명옥 지부장의 발제 후 무상의료운동본부 김정범 대표(의사)가 나서서 '인천성모병원 돈벌이 경영의 문제점'에 대해 발언을 이었다.
김정범 대표는 "의료법 제정 목적을 보면 의료에 적정을 기해 국민 건강 보호 및 증진을 위한다고 돼 있다. 보건의료는 수익창출을 위한 보건의료서비스 산업적 성격을 갖지만 사실 더 중요한 목적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 건강권과 의료접근권 등 공공적 가치가 더 크다"며 "(산업이라는)꼬리가 (국민건강권이라는)몸통을 흔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의료에 적정을 기한다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최근 기업 병원들보다 공공병원이 오히려 재벌 대기업 행태를 뺨치는 노골적 경영에 나선 것이 현실이다. 종교적인 신념과 지침을 유지해오던 종교 병원까지 신경영전략에 뛰어들어 기존의 행태를 앞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병원의 돈벌이 경영의 문제점은 국민 건강증진의 목적 달성을 저해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본격적인 돈벌이 경영이 문제가 되는 것은 웩더독(Wag the dog) 때문이다. 국민 건강증진이라는 목적 달성하는데 문제가 되고 방해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며 "돈벌이 경영에 나서게 되면 환자들이 병원에 내는 비용이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 국민 의료비 폭등으로 병원 문턱이 높아져 의료 접근성에 대한 빈부격차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의료의 본질도 왜곡될 것이다"며 "인천성모병원 행정부원장이 지침으로 하루에 PET-CT 17건 촬영을 고수하라고 하면 실무자들은 압력 받을 것이고 눈에 불을 켜고 환자 중에 PET-CT를 찍을 만한 사람을 찾을 것이다. 의사가 의료의 기본적인 원칙 안 지키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이 돈벌이 경영에 나서다보면 필요 인력도 더 이상 안 뽑게 된다"며 "병원 의료서비스의 질은 의사, 간호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영양사를 비롯해 원내 다양한 직역이 협동해야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건강 향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필요 인력이 빠지면 환자들이 병원에서 방치되고 최종적으로 국민이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불신을 갖게 된다. 인천성모병원 문제제기를 통해 이같은 점이 사회에 알려지고 병원과 정부에 영향을 미쳐 병원이 의료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데 도움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