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업체가 밀린 약 값을 내라고 하자 약사는 "면허를 사무장에게 빌려줬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버티며 소송까지 갔지만 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이현복)은 최근 다국적 의약품 도매업체 J사가 부산의 면대 약사와 사무장을 상대로 제기한 의약품 매매대금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약사 면허가 없는 송 모 씨는 약사 김 모 씨의 면허를 빌려 약국을 개설하고 김 씨에게 매월 200만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김 씨는 약국 운영에 필요한 자신 명의의 은행 계좌, 도장 등을 송 씨에게 제공했다. 송 씨는 김 씨 명의의 계좌를 사용하고 모든 대외적 거래 행위도 김 씨 명의로 진행했다.
송 씨는 약국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통장 거래내역 등의 상황을 사전 또는 사후에 통지했다.
김 씨는 약사 면허 대여 단속을 피하려고 1주일에 1~2번 약국에 출근해 자리를 지켰다.
도매업체인 J사는 김 씨를 대행한 송 씨와 연대보증을 받고 의약품 공급계약을 체결한 후 약 8개월 동안 7423만원 상당의 의약품을 공급했다.
이 중 4917만원을 받지 못하자 J사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당한 김 씨는 "기명, 날인은 송 씨에 의해 위조 또는 무단 도용된 것"이라며 자신은 약사 면허 명의대여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송 씨한테 의약품 공급계약 체결에 관한 권한을 수여하거나 승인한 적이 없으므로 책임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김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씨의 기명, 날인이 위조됐다는 점을 인정할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김 씨와 송 씨 사이의 명의대여 약정은 단순 약정이 아니라 대외적 거래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도장, 은행 계좌 등까지 제공하는 것을 포함한 약정"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김 씨는 의약품 공급 약정 체결 사실 직후 이를 통지 받아서 그 내용을 알고 있었다"며 "면대 약사와 사무장이 연대해서 밀린 약값 4917만원을 내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