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폐암' 의심 소견을 냈지만 이는 참고용이므로 암 조기 진단을 늦게 내렸다는 증거로 불충분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재판장 정은영)는 최근 폐암으로 사망한 환자 진 모 씨의 가족이 서울 A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진 씨는 일주일 넘게 기침과 가래가 이어져 집 근처 의원서 진찰 받다 A대학병원 호흡기내과를 찾았다.
의료진은 진 씨에 대해 흉부 방사선검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양측 폐 전반에 광범위한 음영 소견 및 양측 폐문부에 임파선 비대 소견이 확인됐다. 이에 영상의학과는 '폐렴 또는 드물지만 폐암의 가능성이 있으며, 폐 CT를 촬영해 감별을 권한다'는 소견을 냈다.
호흡기내과 전문의는 영상의학과 소견 등을 종합해 지역사회 획득 폐렴이라고 진단하고 항생제 치료를 했다. 기관지세척세포검사는 계획했다가 취소했다.
진 씨는 폐렴 치료를 시작한 지 약 한 달 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대신 폐기능 검사에서 제한성 폐기능 장애 소견이 보여 6개월 후 추적 검사를 하기로 했고, 추적 검사에서도 이상이 없었다.
폐렴 완치 판정을 받은 지 10개월 후 진 씨는 기침, 가래 증상이 계속돼 다시 A대학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흉부 CT, PET-CT 검사를 했고 폐 선암 3B기 내지 4기 진행성 폐암 진단을 내렸다.
진 씨는 이후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 4곳을 전전하다 2년여 만에 폐암으로 인한 호흡부전으로 사망했다.
유족 측은 "A대학병원 의료진은 폐렴 치료 당시 폐암을 진단할 수 있었음에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6개월~1년이 지난 후에야 폐암을 진단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처음 A대학병원을 찾았을 때 실시한 흉부 방사선검사, 폐렴 완치 판정 6개월 후 있었던 추적 검사에서 충분히 폐암을 진단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병원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영상의학과 의료진은 진 씨의 흉부 방사선검사 영상을 보고 폐암 가능성이 있으며 폐 CT를 촬영해 감별을 권한다는 소견을 밝혔지만 이는 흉부 방사선검사 영상만 객관적으로 판독한 소견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호흡기내과 전문의로서 영상의학과 소견에 임상증상, 혈액검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폐렴 진단, 치료를 했다"며 "이는 모두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진 씨는 당시 폐암 고위험군에 해당하지도 않았다"며 "유족 측 증거만으로 A병원이 반드시 흉부 CT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등 의료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