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 병원들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신약 구입을 꺼리면서 원외처방전을 발행하는 편법이 적발됐다.
다제내성결핵 환자가 치료를 위해 결핵환자 집중 치료 병원에 입원했는데 예산이 없다며 신약 구매를 하지 않고, 병원 밖 약국에서 약을 사와야 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시립성북병원과 국립마산병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확인한 결과 23명의 입원환자가 원외처방전을 받아 병원 밖 약국에서 다제내성 결핵약 서튜러를 샀다"고 10일 밝혔다.
서튜러는 다제내성결핵 치료에 쓰이는 신약으로 올해 5월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성북병원과 마산병원은 연초에 구입을 하지 않은 약은 연중 새로 구입할 수 없다는 예산원칙 때문에 서튜러는 5월부터 급여가 돼서 구매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양승조 의원은 "이들 병원은 신약으로 치료를 받아야만 하는 입원 환자에게 심평원의 승인을 받아 원외처방전을 발행하는 편법을 동원했다"며 "입원환자에게 발행된 원외처방은 약값 전액을 본인이 부담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내년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국립결핵병원인 마산병원과 목포병원에 신약 구입비용을 배정해 달라고 기획재정부에 요구했는데 그 금액이 환자 25명만 치료할 수 있는 금액에 불과하다. 지난해 마산병원, 목포병원의 다제내성결핵 진료인원은 289명이다.
양승조 의원은 승인받은 범위 안에서 지출을 해야하는 국공립병원 회계기준 때문에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약은 사용한 약값을 청구해서 받아 도매상이나 제약회사에 결제하면 되기 때문에 일반 병원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국공립병원은 예산 원칙 때문에 약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매년 3만5000명의 결핵환자가 새로 발생하고 2200명 이상이 결핵 때문에 사망하고 있는데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회계기준 때문에 국립병원에서 입원환자에게 약을 쓰지 못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국공립병원 회계원칙의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