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건강검진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에는 큰 효과가 있지만 이후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환자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 조비룡, 신동욱 교수와 국립암센터 안은미 연구원은 2003년~2010년 국가건강검진을 2차례 이상 받은 46만 5499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11만 4085명(24.5%)이 처음으로 고지혈증을 진단받았지만 이중 스타틴(statin)을 6개월 이내에 처방받은 환자는 9842명(8.6%)에 불과했다.
이어 다음 국가건강검진 전까지 추가로 스타틴을 처방받은 환자는 4101명(3.6%)에 그쳤다. 모두 합치더라도 10%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스타틴은 고지혈증 치료에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약물로, 이 결과는 검진 후 고지혈증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말해준다.
앞서 1995년 도입된 이래 활발히 시행 중인 국가건강검진 프로그램이 질환의 조기 발견에는 크게 기여했지만 진단 후 관리 측면에서는 다소 미흡함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연구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음 국가건강검진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검진 전까지 스타틴을 처방받은 환자를 제외한 5만 1853명을 다시 분석했다.
그 결과, 2만 785명이 이전 검진에 이어 고지혈증을 다시 진단받았지만 이중 6개월 이내에 스타틴을 처방받은 환자는 2529명(12.2%)에 그쳤다.
특히 고혈압(14.1%), 당뇨(12.9%), 흡연(7.5%) 등 고위험 인자를 가진 환자의 처방률도 높지 않았다.
연구팀은 그나마 총 처방률이 10%(05~06년)에서 12.6%(07~08년), 15.5%(09년~10년)로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봤다.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에서는 국가차원에서 고지혈증 관리가 이뤄지고 있으며 콜레스테롤 체크, 약물치료, 생활습관 교정 등이 병행되고 있다.
특히 영국에서는 2009년 전국민을 대상으로 고지혈증을 포함한 검진 프로그램(NHS Health Check)을 시행한 이후 고지혈증 환자의 치료제 처방률이 14%(시행 전)에서 60.5%(시행 후)로 크게 올랐다.
이에 대해 조비룡 교수는 "국가 건강검진은 질병의 조기발견 측면에서 성과를 거두었고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의 인식을 높였지만 이번 연구에 따르면 발견된 질환의 사후 관리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고 말했다.
이어 신동욱 교수는 "영국에서는 NHS 검진에서 질환이 발견된 경우 모두 일차의료인으로부터 관리를 받을 수 있게 의뢰가 이뤄지는 반면 한국은 통지서 한 장으로 끝나기 때문에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의 검사 시행 중심의 검진 체계를 일차의료인이 주축이 된 검진 후 관리로 바꿔야 한다. 6000~7000원밖에 되지 않는 상담료도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질병관리본부의 의뢰 및 지원으로 시행됐으며 대한의학회지 최신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