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편에선 화려하게 보고 있지만 병원 내에선 여전히 찬밥이다."
내달 추계학술대회에 앞서 최근 만난 대한치매학회 김상윤 이사장(서울의대 신경과 교수)은 치매 치료에 척박한 의료현실을 지적했다.
치매 진료 별도 수가 산정해야하는 이유
고령화 시대를 맞아 제약업계는 치매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정부에선 치매 관련 교육 및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것을 감안할 때 의외의 답변이다.
그에 따르면 실제로 치매 환자의 경우 4시간 동안 약 30명을 진료할 수 있는 반면 다른 진료과는 같은 시간에 100명에 가까운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처럼 상담수가가 산정되는 것도 아니다 보니 더욱 진료 환경은 열악한 상황이다.
병원 수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다보니 열심히 환자를 진료하면서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요양병원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손이 많이 가는 치매환자보다는 재활치료를 요하는 환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는 게 그의 설명.
그는 "의사가 5분 더 상담을 실시하면 환자에게 약 하나 더 처방할 것을 줄일 수 있는데 시간에 쫒겨 충분한 상담을 할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치매 분야 성장에 더불어 학회도 1500명 규모로 성장
그럼에도 치매 치료는 눈부시게 발전해왔다.
전 세계적으로 치매 치료를 시작한 것은 1995년. 20년전, 해당 질병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던 것과 달리 이제는 반드시 치료받아야 하고 또 조기에 치료해야 할 병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김상윤 이사장은 "지금은 치매를 불치병으로 생각하지만 10년내에 컨트롤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완치의 개념은 아니더라도 행동장애, 인지기능장애, 일상생활 기능저하 등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에이즈에 걸리면 곧 사망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약복용을 통해 정상생활을 하듯이 치매 또한 그런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것이다.
치매 치료제에 대한 연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덕분이다.
지난 2003년 발기인 40명으로 시작한 치매학회 또한 어느새 회원 수 1500명을 훌쩍 넘긴 학회로 성장했다.
내년 2월부터는 아시아 지역 주니어 의료진 100명(해외 80명, 국내 30명)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 이사장은 "회원 구성은 신경과 전문의가 50%로 가장 많지만 재활의학과, 내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면서 "심지어 간호사와 심리학 전공자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치매 치료는 복합적인 요인이 있기 때문에 모든 전공과목 전문의에게 개방하고 있다"면서 "다만 학회 운영의 질 관리를 위해 회원 수를 더 이상 늘리지는 않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