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 흔들리던 이 하나가 폐로 들어갔다. 병원은 기관지 내시경술을 했지만 폐에 박혀 있는 치아를 빼내지 못 했다.
의료진이 환자에게 시행한 기관지 내시경술은 총 4번. 결국 치아가 박혀 있던 부위를 절제하는 수술을 했다.
그런데 환자의 상태가 나아지지 않는다. 폐렴이 생겼고 뇌경색까지 왔다.
환자의 가족들은 병원의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재판장 김종원)은 최근 원고 패소 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환자의 치아가 흔들리게 되기까지의 상황을 봐야 한다. 이 환자는 자살을 시도했다 발견돼 경기도 K병원 응급실로 실려왔다.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의사소통과 지시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병원으로 실려온 지 약 일주일여 후 의료진은 환자의 아래 앞니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2시간 30분 후 흔들리던 치아가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의료진은 8시간이 지나서야 흉부 X-ray 검사를 했고 사라진 치아가 오른쪽 폐로 들어간 것을 봤다.
K병원 의료진은 굴곡형 기관지 내시경술로 치아 제거에 나섰지만 두 번에 걸쳐 실패했다.
의료진은 이 환자를 결국 경기도 A대학병원으로 전원조치를 했다. A대학병원은 전원 된 환자에게 흉부 방사선 검사를 실시했을 때, 환자는 치아 흡인(aspiration suction)에 따른 기관지 폐쇄로 폐쇄성 폐렴이 발생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A대학병원 의료진은 기관지 내시경 술을 실시했지만 치아가 오른쪽 폐하엽 부위에 쐐기 모양으로 박혀 있어서 실패했다. 기관지 내시경 술을 총 두 번 실패한 후 의료진은 결국 오른쪽 폐하엽 부위를 절제했다.
그러나 환자 상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우하폐야에 폐렴이, 만성 뇌경색이 발견됐다. 현재 이 환자는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인한 의식 및 인지 기능 저하, 좌측 중뇌동맥 뇌경색으로 인한 우측 편부전마비, 폐섬유화증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다.
환자의 가족은 K병원과 A대학병원 모두에 의료과실이 있다고 봤다.
환자 측은 "K병원은 치아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걸 인식했음에도 조치를 게을리하고 기관지 내시경 술도 경솔하게 진행해 치아가 더 깊이 들어가도록 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A병원은 환자에게 심한 폐렴 증세가 있었음에도 기관지내시경술, 폐절제술을 해 환자 상태를 더 악화 시켰다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환자 가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환자는 자살기도로 인한 저산소증으로 상당한 정도의 뇌손상을 받은 상태였다"라며 "흔들리던 치아를 무리하게 발치하면 발치 부위 조직 회복 지연, 출혈, 감염 등으로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K병원에는 치과가 개설돼 있지 않아 발치 여부 판단을 위한 치과 협진도 불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의료진이 지속적 관찰을 한 것"이라며 "의료진은 대처가 의학적 판단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A대학병원도 과실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수술이 예정된 환자에게 폐렴이 생기면 수술을 연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면서도 "폐로 이물질이 들어가 조기에 제거하지 않으면 폐렴의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거나 추가적인 합병증 발생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는 조기에 수술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술 결과만 가지고 수술 과정에서 술기상 잘못이 있었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며 "환자 측도 의료진이 어떤 술기상 잘못을 저지른 것인지 전혀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