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S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를 받은 60대 노인 환자가 진료비 결제를 위해 카드를 내밀었다. 이 환자가 내야 할 돈은 1500원. 여기서 카드 수수료(2.5%)로 37원이 나간다.
#. 경기도 H산부인과를 찾은 여성 환자. 재진 환자였기에 재진 진찰료 1만원 중 30%인 3000원만 내면 된다. 이 환자는 카드 결제를 선택했다. 카드 수수료는 75원이 나간다.
생수 한병도 카드 결제하는 시대에 개원가도 예외일 수 없다. 소액도 카드로 결제하는 환자가 늘어나면서 수수료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카드 수수료율 재조정 작업이 한창인 상황에서 개원가도 수수료율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주된 요인 중 하나다.
서울 한 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은 "소액도 카드로 결제하는 것은 이미 정착됐다"며 "수수료는 물론이고 카드결제에 따른 통신비까지 합하면 남는 게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H산부인과 원장은 "한 사람으로 놓고 보면 수수료가 몇십원에 불과하지만 모이면 크다"며 "환자의 95%가 카드 결제를 하고 있다. 하루 평균 60명이 왔을 때 55명이 카드를 내민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수수료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매출이 크다고 볼 수 있지만 이미 개원의 상당수가 고소득 자영업자 대열에서 이탈한지 오래"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H산부인과 사례를 단순 계산해보면, H산부인과를 찾는 환자 60명 중 55명이 모두 재진 환자고 진찰료만 낸다고 했을 때 카드 수수료는 4125원이 나간다. 한 달로 보면 10만원, 1년에 120만원이다.
이는 모두 소액 결제를 했을 때 이야기다.
H산부인과 원장은 "결제금액이 천차만별이다. 수수료로 한 달에만 200만원이 나가고 있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앉아서 200만~300만원이 그냥 날아가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개원가는 현재 약 2.5% 수준의 카드 수수료율을 1.5% 수준으로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P의원 원장은 "소액은 수수료율이 높고, 고액은 수수료율을 높게 책정한 방식은 문제가 있다"며 "환자들이 1500원에 불과한 소액까지 카드로 결제하기 때문에 수수료율 조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대한평의사회 이동욱 대표는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형평성의 문제로 봤다.
그는 "종합병원 카드 수수료는 1.5% 수준인데 의원은 그보다 높은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 차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의료는 공공재라고 하며 국가가 정한 저수가와 각종 의무를 강요당하는 의원이 종합병원과 부당차별을 받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P의원 원장도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중소병원, 중소기업을 살리려고 노력하는 것과 같이 중소업체에 불과한 의원도 살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