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공사’는 병원 내 의료기기 사후관리를 책임지는 의료기기 안전관리자로 불린다.
장비 도입 전 해당 의료기기 스펙 검토부터 최종 수명을 다해 폐기하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예방점검은 물론 품질 및 정도관리를 담당하는 것.
그야말로 병원 의료기기와 ‘요람에서 무덤까지’ 함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식약처가 의료기기 제조·허가·인증 등 사전관리를 수행한다면 의공사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기 사후관리를 최일선에서 책임진다.
첨단의료기기가 속속 등장하고 병원 도입 의료기기가 증가하면서 의공사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료기기는 환자의 정확한 진단·검사부터 치료에 이르기까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정도관리 또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병원 내 의공사들은 그 수가 매우 제한적이거니와 의료기기 안전관리자로서의 역할 수행에 한계가 있다.
대한의공협회가 2012년 전국 146개 병원을 조사한 의공사 인력현황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전체 146개 병원 중 27.4%에 해당하는 40개 병원에는 의공사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또 전체 9만5112개 병상대비 총 의공사는 472명으로 평균 100병상 당 그 수가 0.5명에 불과했다.
대한의공협회 김묘원 회장은 “병원에서 의공사를 의무적으로 배치하는 법적·제도적 장치 부재로 병원 내 의료기기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또 “병원과 환자들도 의료기기 정도관리와 사후관리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만에 하나 발생 할지 모르는 오작동에 의한 의료사고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환자가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병원 의료기기는 각 특성에 맞게 평상 시 예방점검과 정도관리를 통해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장이 났을 때만 의료기기 제조사 또는 대리점을 불러 고치면 된다는 인식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법적으로 의공사 고용은 병원 의무가 아닌 자율에 맡겨져 있다.
이렇다보니 일부 대학병원을 제외한 병원 대부분은 의공사가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게 현실.
실제로 대한의공협회가 지난달 30일 기준 전국 300병상 이상 병원 의공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만 보더라도 그렇다.
조사 결과 ▲서울대병원 26명(1748병상) ▲서울아산병원 25명(2680병상) ▲삼성서울병원 23명(1966병상) ▲연세대세브란스병원 19명(2086병상) ▲아주대병원 12명(1086병상) ▲가톨릭대강남성모병원 11명(1322병상)을 제외한 대부분의 병원들은 의공사가 적게는 1~2명, 많아도 10명 미만이었다.
더욱이 34개 병원은 의공사를 아예 두지 않았다.
김묘원 회장은 “병원 입장에서는 인건비 등 여러 요인 때문에 더 많은 의공사를 두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하지만 의료기기 안전 및 사후관리는 결국 환자들과 국민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의료기기 안전관리자인 의공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병원 내 의공사 의무 배치에 대한 법적 장치와 더불어 인력 충원이 가능토록 의료기기 예방점검·안전관리 수가 등 제도적 지원으로 병원도 손해 보지 않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의공협회가 의공사들의 양적 확대와 함께 의료기기 안전관리자로서 전문가 역량을 키우는데도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병원 의료기기 정도관리로 환자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일선 의료현장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기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 의공사들의 전문성을 키우는데 목적이 있다.
협회는 이를 위해 ‘의료기기 안전관리자교육’을 1년에 한번 총 18시간에 걸쳐 1박 2일 코스로 실시하고 있다.
교육은 ▲의료기기 법규 ▲의료기기 종류·분야별 특성 ▲병원 의료기기 안전관리 ▲의료기기 국제표준규격 ▲의료기기 안전관리·유효성 평가 등 16개 과목 전문 강의가 이뤄진다.
김묘원 회장은 “의공사들이 제도권에 들어가기 전까지 협회가 자체교육을 시행해 병원 내 체계적인 의료기기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철저한 의료기기 사후관리로 환자들의 안전이 최우선되는 환경을 만드는데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의공사들이 양지에서 의료기기 전문가로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의료기기 안전관리자를 의무적으로 배치하는 ‘사후안전관리자법’과 같은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