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별 라이벌 구도가 어느 산업보다 치열한 제약업계에서 경쟁사 이직이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 '어제는 동지 오늘은 적'이 되버린 상황에서 인재를 뺏긴 쪽은 자사 판촉 노하우 등마저 뺏길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김모 씨(가명)는 라이벌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서도 김 씨는 전 직장서 맡았던 백신 PM을 맡게 됐다. 재밌는 사실은 시장에 관련 질환 백신이 단 2종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업계에 드문 희귀질환치료제 PM 박모 씨(가명)도 올 상반기 다국적사에서 국내사로 이직했다. 박 씨는 새 직장서도 전 회사의 노하우를 인정받아 희귀질환약을 담당하게 됐다.
박 씨는 "전 회사에서의 질환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희귀질환치료제 영역이 워낙 좁다보니 관리하는 의료진이 거기서 거기인 경우가 많다. 이전 경험이 스카웃 배경이 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런 사례는 다국적제약사의 한국 진출 시기에도 빈번히 발생한다.
실제 길리어드 국내 진출 당시 사업 영역이 겹치는 BMS에서 직원 이탈 현상이 크게 일어났다. 한때는 길리어드에 전직 BMS 출신이 절반 가량을 차지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에 상륙한 암젠도 독자적 영업 및 마케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혀 업계 내 이동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국적 모 제약사 관계자는 "더 이상 상도의에 연연하기 보다는 자유로운 이직 분위기가 제약업계에 형성된 것이다. 이제는 직접적인 라이벌 관계에 있는 제품 PM으로의 이동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적응증을 가진 약 종류가 제한적일 경우 해당 약을 담당하던 PM의 경력과 노하우는 제약사로서도 큰 재산"이라며 "그런 PM이 경쟁사로 이직하면 그동안의 판촉 노하우까지 뺏기는 셈이다. 그런 PM의 움직임에 대해선 긴장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