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의료소송에서 의료사고 피해자는 사고를 일으킨 해당 의사(봉직의), 그 의사를 고용하고 있는 고용주 또는 그 의사나 고용주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회사를 피고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 보험회사는 제외되는 경우도 있다. 종합병원과 같이 봉직의의 고용주가 자력이 충분하다면 그 봉직의를 제외하고 그 고용주만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위와 같은 경우 종전에는 피해자가 승소하면 그것으로 문제가 일단락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현재는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한 고용주가 봉직의를 상대로 배상액의 일부를 지급하라는 구상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한 법리는 아래와 같다.
피해자와 계약관계를 고려하지 않으면, 봉직의는 피해자에게 민법 제750조에 따라 불법행위 책임을 지는 것이고 고용주는 봉직의의 사용자로서 민법 제756조에 의거해 사용자 책임을 지는 것이다.
따라서 봉직의와 그 고용주는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의 지위에 서는 것으로서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연대해 손해 배상 책임을 지는 것이지만(이른바 부진정연대채무), 공동불법행위자들 내부관계에서는 일정한 부담 부분이 있다. 이 부담 부분은 공동불법행위자의 과실 정도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므로 공동불법행위자 중 1인(예컨대 봉직의의 고용주)이 자기의 부담 부분 이상을 변제해 공동의 면책을 얻게 했을 때는 다른 공동불법행위자(봉직의)에게 그 부담 부분의 비율에 따라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갑(甲)이 망을 보고 을(乙)이 병(丙)을 수회 폭행했고 그로 인해 병에게 100원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갑과 을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연대해 병에게 발생한 손해액인 100원을 배상해야 하는데 만약 망을 본 갑이 100원 전액을 병에게 배상했다면 을은 벼에게 면책이 된 것이므로 손해를 전부 배상한 갑은 을에게 구상 청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갑은 망을 보았을 뿐 실제로 폭행을 한 사람은 을이므로, 갑과 을의 과실비율을 4:6으로 가정한다면, 결국 손해배상액 100원을 전부 배상한 갑은 을에게 그 과실비율에 따라 손해액의 60%인 60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전형적인 사례에서 공동불법행위자 사이의 과실비율만 특정하면 구상권의 행사권자 및 그 범위가 특정되게 된다. 그러나 의료사고를 일으킨 봉직의와 고용주 사이의 구상권 행사는 약간 특이한 문제가 있다. 이는 결국 고용주가 근로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민법 제756조는 제1항과 제2항에서 사용자(고용주)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의 근거로 사용자 책임을 규정하면서 동시에 제3항에서 사용자는 피용자(근로자)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명문으로 정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봉직의와 그 고용주 사이의 사안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근로관계에서 판례는 ▲근로관계와 같은 계속적 채권 관계에 있어서는 경과실에 의한 실수가 누구에게나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점 ▲근로자가 그의 생존수단으로 기업주를 위한 노무 제공을 하면서 가벼운 부주의로 발생된 모든 손해에 대해서 배상책임을 근로자에게 돌린다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점 ▲근로자의 책임을 제한하지 않으면 경제력이 궁핍한 근로자에게는 가혹한 결과가 되는 점 ▲사용자는 근로자의 근로수행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는 이상 발생하는 손해의 리스크를 전부 근로자에게 부담케 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는 점 등을 근거로 근로자의 책임을 제한해 인정하고 있는 추세다.
사업의 성격과 규모, 사업시설의 상황, 피용자의 업무내용, 근로조건이나 근무태도, 가해행위의 상황, 가해행위의 예방이나 손실의 분산에 관한 사용자의 배려의 정도 등의 제반사정도 고려된다.
따라서 의료사고를 일으킨 봉직의에게 그 고용주가 구상청구를 하는 경우에도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될 것입니다. 단 위와 같은 구상 소송에서 봉직의의 책임 비율을 정하는 주된 기준은 결국 해당 의료기술의 난이도와 봉직의의 과실의 정도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즉 해당 의료기술의 난이도가 낮거나, 봉직의의 고의 또는 중과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 봉직의의 책임비율이 매우 높아질 것이고, 그와 반대로 해당 의료기술의 난이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봉직의의 책임 비율은 낮아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통상 의료사고는 배상액(또는 합의금)의 액수가 큰 경우가 많다. 그런데 고용주의 입장에서 피해자에게 배상액을 지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의료사고와 관련돼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 보험급여의 환수까지 당하는 경우에는 구상 청구의 전제가 되는 고용주의 손해액은 상당할 것다. 이 때 봉직의가 부담해야 하는 구상액 또한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한 이유로 최근 구상 사건이 증가하자 봉직의는 근로계약서 작성시 구상을 하지 않겠다는 문구를 기재해 줄 것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한 방법이 봉직의 입장에서는 유리하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봉직의의 구상책임을 위와 같이 제한하지 않고 100% 인정하는 하급심 판결들도 발견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기 때문에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봉직의와 고용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구상단계에 이르러서는 상호간에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