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 결정에 대한 3년 유예 기간이 지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올해 상반기 안으로 결론짓겠다고 하자 산부인과 의사들이 적극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성명서를 내고 "식약처는 응급피임약이 장기간 또는 정기적으로 복용하지 않고 1회 복용하는 약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다고 하는데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25일 밝혔다
앞서 식약처는 2012년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을 추진했다 의료계와 종교계의 거센 반발에 3년 유예기간을 가진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은 관련 연구 보고서를 지난해 12월 냈다. 식약처는 이를 근거로 상반기 안에 응급피임약 재분류를 결론짓겠다고 밝힌 상황.
산부인과의사회는 응급피임약 일반약 전환 반대 근거로 총 5가지를 제시했다. 5가지 근거를 일맥상통하는 것은 '응급피임약은 일반피임약의 10배에 해당하는 고용량 호르몬 제제'라는 것.
산부인과의사회는 "편의성과 접근성만 강조해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응급피임약을 구입할 수 있게 되면 장기간 반복적으로 복용함으로써 일어나는 오남용 부작용에 대해 식약처가 책임질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산부인과의사회 피임생리연구회 신연승 위원은 "20대 여성의 응급피임약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이미 우려할만한 수준"이라며 "응급피임약을 매번 처방 받기 번거롭다며 여러 회분을 한꺼번헤 처방해 달라는 환자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는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고 토로했다.
산부인과의사들에 따르면 응급피임약은 복용 후 메스꺼움이나 구토, 두통, 하복부 통증, 유방 통증, 피로 및 불규칙한 질출혈, 여성호르몬 및 내분비계 일시적 교란 등 부작용이 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응급피임약을 복용한 역성 중 평균 31%가 대량출혈을 호소하고 있다"며 "질 출혈을 생리로 오인해 초기 임신상태를 간과할 수도 있고 복용 후 2시간 이내 구토 등 부작용으로 약이 흡수되지 않으면 복용자체가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응급피임약의 피임효과에 대해서도 신뢰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매일 먹는 피임약의 평균 피임률은 92~99%인데 반해 응급피임약은 85%에 불과하다"며 "정확한 복약 지도에 따라 응급피임약을 먹더라도 100명 중 15명은 임신이 된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임률이 높은 영국, 스웨덴, 노르웨이, 미국 등도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 후 원하지 않는 임신이나 낙태율은 줄어들지 않았다"며 "응급피임약 판매 및 성감염성 질환만 폭발적으로 증가한 사례를 외면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의사의 처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응급피임약 복용 및 피임 상담은 여성의 매우 사적인 문제로서 노출된 공간인 약국이 아니라 의사와 1대 1 상담이 가능한 병원이 더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말 그대로 응급한 때만 복용하는 약으로써 의사 처방 및 복약지도 하에 복용해야만 한다"며 "의사 면담 과정을 통해 정확한 복약지도가 가능하고 개개인의 피임상담과 피임교육을 통해 계획적인 사전 피임을 실천하는 데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