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성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고심 끝에 수용한 유방 재건술 선별급여가 과도한 심사 삭감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병원과 관련 학회는 현실적인 급여기준 개선을 주장하고 있어 상대가치 개정을 앞둔 보건복지부의 결정에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지역 A 대학병원은 유방재건술 선별급여 실시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 삭감으로 고민에 빠졌다.
외과 교수들의 유방재건술 수술을 선별급여로 인정할 수 없다며 매달 1억원이 넘는 환수 조치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유방절제술 급여 행위도 번번이 삭감되면서 병원의 경영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서울과 지방 등 유방암 시술을 하는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모두에서 발생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건강보험 행위 급여, 비급여 개정안 등을 상정해 유방재건술 등 5개 항목의 선별급여를 의결하고 4월부터 시행했다.
유방암 환자의 유방절제술에 따른 여성성을 상징하는 유방 복원 차원의 유방재건술을 50% 본인부담으로 완전 급여화 중간단계를 실시한 셈이다.
당시 복지부는 선별급여 사유로 질환의 직접 치료 목적이 아니며, 고가의 시술(800만원~1400만원)로 비용 효과성이 낮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유방암 발생률 및 환자단체 등 급여화에 대한 지속적 요구 등을 사회적 요구도가 높은 경우에 해당하는 점도 제시했다.
유방암 발생률은 2011년 기준 전체 암 환자 21만 8000명 중 7.3%(1만 6000명)이며, 여성 암환자의 14.8%로 갑상선암 다음으로 발생률이 높다.
건정심 의결 후 4월 시행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유방암 환자를 수술하는 대형병원에서 유방재건술 청구가 본격화된 하반기부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심평원에서 유방재건술 청구를 선별급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심사조정 폭탄이 대형병원에 쏟아진 것이다.
심평원의 입장은 간단하면서 단호했다.
복지부가 고시한 유방재건술 인정기준에 의거, '유방암으로 유방 전절제술을 시행한 경우' 등에만 요양급여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 "여성성 살리는 절제술 불가피…복지부, 세계 흐름 역행"
대형병원과 유방암 외과 의사들은 어처구니없다는 입장이다.
여성성을 살리기 위해 유방재건술 선별급여를 인정해 놓고 유방 전체를 모두 절제할 경우에만 급여를 인정하겠다는 복지부 급여기준과 이를 심사 잣대로 삼은 심평원 모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A 대학병원 관계자는 "암 조직을 떼어내고 유방을 최대한 살려 유방재건을 위한 의사들의 노력은 온데 간데 없고 무조건 전체 절제만 급여로 인정한다는 심평원 잣대는 너무 과도하다"면서 "기존에는 시술 의사 의견을 인정하다 유방재건술이 선별급여로 보장성이 확대되면서 엄격한 심사기준을 들이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한 외과 교수는 "유방암학회 차원에서 복지부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 유방암 환자의 여성성을 최대한 살리는 절제술은 불가피하다"고 전하고 "복지부와 심평원이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유방암 삭감 문제는 이 뿐이 아니다.
유방재건술 전 단계인 유방절제술 급여기준을 놓고도 발생하고 있다.
유방절제술은 ▲유방부분절제술(Partial mastectomy):종양 주위 일부조직만 제거하는 것 ▲유방전절제술(Total or simple mastectomy):유방전체를 제거하는 것 ▲근치유방절제술(Radical mastectomy):유방과 액와림프절 및 흉근을 제거하는 것 등으로 크게 나뉜다.
부분절제술 37만원·단순 전절제술 45만원·근치절제술 105만원 '격차'
병원 시술의사와 심평원의 논란은 각 절제술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부분절제술과 전절제술, 근치절제술의 경계면이 불분명해 시술 의사 전문성을 심평원이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게 병원 측 주장이다.
쉽게 말해, 심평원에 근치유방전절제술로 청구했지만 유방부분절제술로 심사가 조정되면 해당병원은 70만원을 토해나야 하는 셈이다.
B 대학병원 관계자는 "단순한 돈(수가) 문제가 아니다. 암 조직을 다 떼어내고 유방을 최대한 살리는 고난도 시술을 부분적으로 인정한다는 발상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유방재건술 선별급여 이후 환자의 보장성을 높아졌지만 시술 의사 전문성이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허탈감을 표했다.
심평원은 급여기준에 의한 심사를 과도한 심사로 몰고 가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최근 유방절제술과 근치절제술 심사사례를 공개했다. 전문가 가이드라인과 급여기준에 입각한 심사결과를 자의적 판단으로 삭감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심사공개를 지연한 것은 아니다. 심사위원회 절차에 시간이 필요했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복지부는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했다.
보험급여과(과장 손영래) 관계자는 "유방암학회와 심평원 간 논란은 유방재건술도 일부 있지만 핵심은 부분절제술과 전절제술 심사 확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면서 "심평원은 시술 의사 챠트 검토결과 해당 절제술을 인정 못한다는 입장이며, 학회는 유방암 환자 재건수술을 위한 것으로 전문성과 수가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심평원의 심사기준 자체가 틀리지 않다. 다만, 전절제 기준을 유방의 4분의 3으로 볼 것인가, 3분의 2로 볼 것인가 등 기술적 문제를 급여기준에 명시하지 않았다"고 전하고 "현재 외과학회와 진료심사평가위원회 검토를 준비하고 있다. 구분이 모호하다는 점에서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자단체와 함께 유방재건술 급여화에 노력을 기울여온 의료계 입장에서는 심평원의 사후관리 차원의 현미경 심사에 따른 병원별 연간 수 억 원에서 수 십 억 원의 삭감으로 귀결되는 결과를 초래한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