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O장비 부탁해요." "OO가 빠졌네요." "OO장비 어디갔죠?"
환자의 생명이 오고 가는 수술실.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의사는 수시로 간호사에게 수술 도구 및 장비를 부탁하고 수시로 전화를 받는다.
고대 유승헌 교수(디자인조형학부)는 수술실에서의 의료진의 동선, 습관 등 행동체계 분석을 통해 효율성을 높인 공간 디자인을 제시했다.
그 결과, 세계 3대 디자인 상을 꼽히는 '미국 IDEA 디자인 어워드'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미국 등 의료선진국에서도 수술실 내 커뮤니케이션을 선진화하는 방안을 국책과제로 삼을 정도로 관심이 높은 분야.
이에 발맞춰 미국 디자인계에서도 첨단 의료가 집중돼 있는 수술실 내 효율성을 극대화한 유 교수의 디자인에 주목한 것이다.
유승헌 교수는 이번 결과물을 얻기 위해 프로젝트 기간 16주 중 3주간(주당 2회씩)수술실을 관찰했다. 수술에 피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의료현장 가까이에서.
"평소 수술실을 접할 기회가 없던터라 놀라움의 연속이었죠. 의사들은 수술 중 수시로 전화를 통해 수술실 외부와 의사소통을 했어요."
특히 유 교수의 눈길을 끈 대목은 수술 중 의사가 수시로 전화를 통해 수술실 외부와 소통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었다.
그때마다 간호사는 옆에서 전화기를 의사의 귀에 대주는 등 불편한 장면이 거슬렸다.
이를 개선하고자 의사가 페달을 밝아 수술실 외부와 소통을 할 수 있는 디자인을 제안했다.
페달을 밟고 말하면 수술실 외부에 달린 스피커로 연결돼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되면서 전화기가 필요없어졌다.
또한 수술 중 간호사가 수술상황을 컴퓨터에 입력하는 정보가 EMR은 물론 수술장 외부로 연결되지 않는 것에도 주목했다.
"수술실 의료진과 외부 보조 인력간 정보를 공유하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업무를 줄일 수 있었어요. 특히 EMR과 연결하면서 의사, 간호사의 업무도 최소화했습니다."
그는 IDEA에서 동상을 수상한 것도 의료진의 업무 효율성을 높인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봤다.
가령, 수술 장비가 많이 필요한 수술의 경우 지금은 수시로 수술실 외부와 소통을 통해 진행하던 것을 사전에 알아서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의료 소모품 및 수술 진행상황을 공유함으로써 굳이 의료진이 요구하지 않아도 외부에서 알아서 필요한 수술 집기 및 장비를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고도의 첨단장비와 기술이 집약돼 있는 공간인 수술실 내 커뮤니케이션은 여전히 원시적 수준에 머물러 있어요."
그는 늘 수술장비는 부족하고 전날 집도의와 인수인계가 안 된 상태인 수술장의 다양한 문제점을 시스템적으로 해결하고 싶었다고 했다.
유 교수는 의료 현장 디자인을 할 때 의료진과의 융합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 디자인은 디자이너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의사, 디자이너, 인지공학자들 모여서 행동체계를 함께 분석하고 해결책을 만들어야 최상의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