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공명영상(MRI)은 현존하는 영상진단법 가운데 가장 강력한 이미지 정보로 환자 질병 진단을 돕는 방법 중 하나다.
MRI는 컴퓨터단층촬영(CT) 등 다른 영상장비에 비해 훨씬 높은 해상도와 다양한 각도의 영상정보를 제공해 뇌·척수 등 중추신경계나 골격계·심혈관계 등 이상 유무를 정확히 판별하는데 필수적이다.
하지만 MRI는 경제적 비용부담은 물론 인공심장박동기(Pacemaker)·이식형 제세동기(ICD) 등 이식형 의료기기(Cardiac Implantable Electronic Device·CIED)를 삽입한 환자에게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식형 의료기기 대부분이 가진 금속성 재질과 전자회로 기반의 구성 때문이다.
더욱이 MRI 검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자기장은 이식형 의료기기의 작동을 멈추거나 오작동 또는 발열로 이어져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 인공심장박동기·이식형 제세동기·뇌심부자극기(DBS)·척수자극기(SCS) 등 이식형 의료기기들은 MRI 검진 장벽이 존재했다.
이 같은 현실에서 최근 이식형 의료기기들의 디자인 개선과 MRI 검진 장벽 해소는 큰 의미를 가진다.
이들 기기들은 부정맥·심부전 등 심장리듬 질환과 중추 및 말초 신경계의 심각한 손상으로 인한 운동장애나 만성통증 치료에 불가결하다.
가장 큰 문제는 관련 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경우 노령 등의 이유로 일반 환자들에 비해 MRI 검진 요구가 높다는데 있다.
예를 들어 인공심장박동기를 이식한 환자들의 89%가 50세 이상 고령 환자에 속한다.
실제로 이들 환자의 50~75%는 이식 후 일생 동안 한 번 이상 MRI 검진이 필요한 상황에 처한다는 연구가 있다.
또 심부전 치료를 위해 심장재동기화 치료기기(CRT)를 이식한 환자의 40%는 동반질환 등으로 기기 이식 4년 이내 MRI 검진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식형 의료기기 가운데 MRI 검진 장벽을 제일 먼저 허문 주인공은 인공심장박동기다.
2012년부터 국내 출시된 새로운 인공심장박동기는 자기장에 영향을 덜 받는 소재를 사용하고 본체 내부 회로와 케이스 사이로 자기장이 넘나들지 못하게 디자인됐다.
더 고무적인 사실은 이러한 기술 진보가 보다 많은 이식형 의료기기에 더욱 강력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MRI 검진이 가능한 이식형 의료기기 분야를 선도해 온 메드트로닉은 최근 3.0T MRI 촬영이 가능한 심장재동기화 치료기기(CRT)를 선보여 유럽에서 사용을 승인 받았다.
3.0T MRI는 현재 상용화된 진단장비 가운데 가장 높은 성능 중 하나면서 1.5T MRI에 비해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킨다.
이 같은 성과는 메드트로닉이 개발해 현재 출시중인 심장리듬질환 치료를 위한 이식형 의료기기 전반에서 3.0T MRI 검진이 가능한 승인 획득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다국적의료기기기업 메드트로닉은 운동장애·만성통증 등 신경계질환 치료를 위한 뇌심부자극기·척수자극기 등에서도 MRI 검진이 가능한 제품을 개발·생산하고 있다.
MRI 검진 장벽을 거의 무력화시킨 이식형 의료기기 발전은 이제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이식환자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한 외형 변화, 즉 유선형 디자인 도입과 소형화는 물론 하나의 기기가 심방세동을 포함한 여러 유형의 심장리듬 질환을 동시에 감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질병 악화 위험요인을 사전에 줄여 나가고 있다.
더 나아가 모바일과의 연계를 통해 원격지 환자가 심장리듬 정보를 주치의와 공유하고 적시치료의 기회를 확대하는 연구 또한 진전을 거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