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1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전문가 조직으로서의 심평원 발전방향'(책임연구원 연세대 윤세준 교수)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우선 연구진은 과도한 분화 및 부서 신설을 통해 조직이 전체적으로 소통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심평원은 지난해 정원에서 168명을 증원한 데 이어 올해 122명을 추가로 증원해 총 정원이 2327명으로 늘어남에 따라 새롭게 여러 가지 부서가 신설됐다.
연구진은 "과도한 분화로 인해 부서 간 장벽이 발생하고 조직 전체적으로 소통이 부족할 수 있다"며 "심사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서 심사기준의 정비가 필요한 사안이 발생해도 관련 부서로 원활하게 피드백 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부서들이 조직 전체에 흩뿌려져 있다"며 "권한에는 책임도 따른다는 조직운영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잦은 조직 개편 등 무질서하고 조직이 운영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가 주문하는 업무들에 심평원의 역량이 과도하게 투입되고 있다고 연구진은 진단했다.
연구진은 "잦은 조직 개편과 부서명 변경으로 인터뷰에 응한 대부분의 직원들은 현재 조직에 편제가 어떻게 돼 있는 지 잘 모르며, 조직도도 그리지 못한다고 응답했다"며 "부서명을 자주 바꾸고 명칭도 모호해 명칭으로만 어떤 기능을 맡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진은 "복지부에서 떨어지는 업무를 처리하면서 그때마다 땜질식으로 부서 신설을 해왔다"며 "심평원은 복지부 대리인이라는 인식이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팽배하다. 기관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의문시 된다"고 지적했다.
조직 비대화에 따른 '중견그룹' 부재
특히 연구진은 2500명에 가까운 인원을 조직화하는 데 필요한 중견 리더그룹이 잘 발달하지 못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는 최근 심평원 내부에서도 지적됐던 사안.
고위 직원과 신입 직원들 사이 중견그룹이 부족함에 따라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심평원 한 고위 관계자는 "3~4년 이내에 부장급 이상에 많은 인원이 정년퇴직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세대 간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앞으로는 계층 간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심평원 내 게시판에는 직원들 간 소통 부재에 따라 발생하는 적지 않은 민원들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증가된 인원수에 맞춰 부서를 신설하는 등 단순 세포분열 방식으로 조직분화가 진행돼 왔다"며 "조직의 관료화로 혁신성과 개방적 조직 문화가 약화되고, 2500명에 달하는 인원을 조직화하는 데 필요한 중견 리더그룹이 발달하지 못한 상태"라고 진단하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