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서울대병원에 주문한 새로운 의료행위 분류체계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또 기존의 분류체계는 어떤 문제점이 있었을까.
서울대병원 한규섭 교수(복지부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서울대병원이 발간한 웹진 e-health policy에 '한국 의료행위 분류체계 용역 연구를 마치며'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연구용역 결과를 공개했다.
그에 따르면 심평원은 20년 전에 만들어진 의료행위 분류체계가 의학발전을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 6개월 전에 서울대병원 오병희 병원장에게 새로운 분류체계를 만들어줄 것을 제안했다.
현재 이론에 치중돼 있어 참고자료에 그치는 게 아닌, 체계적이면서도 의료 현장에 활용 가능한 분류체계를 주문한 것.
이에 따라 서울대병원은 각 진료과 젊은 의료진 40여명이 분야별로 3개 팀을 구성해 연구용역에 돌입했다.
그 결과 검체검사를 포함해 모든 외래 및 입원환자에게 시행되는 급여 및 비급여 의료행위는 물론 기존 수가체계에서 표현하지 못했던 새로운 항목이나 세부적인 내용까지도 반영된 분류체계를 구축했다.
연구팀은 기본적으로 ICD-10-PCS의 논리와 철학을 기본으로 현행 분류와 유사한 맥락을 유지하는 동시에 검사항목의 분류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동일한 의료행위인데 수가 산정에만 고려사항이 되는 변수들은 수식자로 뒤로 빼어 의료행위 위주의 체계를 구축했다.
또한 현행 의료행위는 물론 새로운 행위 신설에 대비해 유연한 코딩 시스템을 고안했다. 즉, 현재와 같은 Code로 분류돼 있더라도 향후 세분화될 가능성이 있는 술식들을 미리 구분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좌우 구분도 가능하다.
가장 큰 변화는 기존 국내 수가체계의 장 구조를 부분 변경해 새로운 대분류로 활용하면서 대분류의 숫자를 늘리는 전략을 채택한 것.
이는 사용자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진료과 간에 이해가 상충되는 부분에 대한 결론을 유보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한규섭 교수는 "현행 의료수가분류 구조와 유사해 보이지만 대분류내에서는 체계적인 구조를 갖처 도입하기 쉬우면서도 확장 가능성이 있는 분류체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분류가 도입되면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의료행위에 대한 통계의 정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연구팀은 연구용역을 통해 현재 의료행위 분류체계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규섭 교수는 "현재 국내 분류는 행위분류로서의 일관된 원칙이나 체계가 미흡하다"면서 "특히 해부학적 부위에 따른 세분화와 내시경 시술의 구분이 어렵고, 개별 의료행위가 어떠한 범주까지 포함하는지에 대한 정의가 불명확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확장성이 낮은 수가코드 및 다수의 준용수가가 존재한다는 점, 비급여행위가 별도 분류돼 전체 의료행위를 포괄적으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 등으로 압축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ICD-10-PCS(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10-Procedure Coding System)가 검체검사 및 병리검사를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과 입원 환자 위주이면서도 의료행위 분류의 세부적인 내용을 표현하기에는 'character'수가 다소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CPT(Current Procedural Terminology)는 검체검사 및 병리검사가 포함되어 있지만 외래 진료 및 수술 위주이며 코드의 위계구조 체계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용역에 대해 한규섭 교수는 "국내 의료행위 분류체계에 대한 문제점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었지만 오랫동안 수가책정 위주의 의료행위분류에 익숙해진 탓에 이를 개편한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어 "6개월이라는 짧은 연구기간 때문에 타 의료기관이나 전문학회 의견수렴 없이 연구를 종료했다"면서 "향후 다양한 의견수렴 절차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수정, 보완 필요성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