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대표 허은철)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프로젝트 코드: GC1111)'의 임상 2상 시험 진입을 승인 받았다고 12일 밝혔다.
녹십자는 이번 미국 임상에서 기존 헌터라제와 유일한 경쟁약인 엘라프라제의 투여 용량(체중kg당 0.5mg)보다 두 배(1.0mg)와 세 배(1.5mg)로 늘렸을 때의 효과를 탐색하고 안전성을 검증한다.
고용량 투여가 가능하다 것은 안전하면서도 치료 효과는 높인다는 의미로, 경쟁약 대비 차별적 우위를 가지게 된다.
미국에서 앞서 허가 받은 엘라프라제도 체중 kg당 0.5mg 투여만 가능한 상태여서 녹십자가 약효 강점을 살려 '글로벌 시장 잡기'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유전 희귀질환 헌터증후군 치료제인 헌터라제는 전세계적으로 유일한 헌터증후군 치료제였던 샤이어의 '엘라프라제' 독점을 깨고 지난 2012년 국내 출시됐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출시 2년만인 2014년에 이미 절반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남미와 북아프리카 등지에도 수출되며 2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제품이다.
헌터증후군은 세포 내 소기관 중 하나인 리소좀 내 IDS(Iduronate–2-sulfatase)라는 효소가 없거나 결핍돼 글로코사미노글리칸(Glycosaminoglycan: GAG, 산성뮤코다당)이 비정상적으로 세포 내에 축적되고 이 때문에 골격이상, 지능 저하 등 예측하기 힘든 각종 증상을 보이다가 심할 경우 15세 전후에 조기 사망하는 유전병이다.
희귀질환인만큼 국내 환자는 70명, 미국 환자도 500명 정도이고 전세계에 알려진 환자도 2천여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환자수는 적지만 성인 엄지손가락보다 작은 3㎖ 바이알(약병) 치료제 가격이 200만원이 넘을 정도로 고가여서 현재 관련 글로벌 시장규모는 약 6000억원으로 큰 편이다.
질환을 진단받지 못한 환자수나 치료제가 공급되지 못한 지역을 고려하면 시장 규모는 수년 내 1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허은철 녹십자 사장은 "글로벌 제품으로의 도약을 위해 세계 최대 제약시장인 미국에서의 임상은 큰 의미가 있다"며 "환자의 삶의 질을 더욱 향상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헌터라제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알리고 차별적 경쟁력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녹십자는 헌터라제 투여경로를 다양화하는 후속 연구도 진행 중이다. 특히, 헌터증후군 환자의 뇌 질환 개선을 위한 약인 'GC1123'의 경우 조만간 일본 임상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