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에게 처방전 발행을 맡겨놓고 개인 용무를 봤던 의사가 면허 정지 2개월 처분을 받았다. 법원은 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는 최근 인천 S의원 윤 모 원장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자격정지 처분 취소 청구의 소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윤 원장은 방아쇠 손가락증 증상의 환자를 약 1년 동안 치료하고 있었다. 이 환자가 내원하기로 한 어느 날, 윤 원장은 원무부장에게 환자가 왔을 때 특이사항이 없다고 하면 방아쇠 손가락증 증상 관련 처방전을 교부하도록 지시했다. 원무부장은 윤 원장의 지시를 그대로 따랐다.
이는 의료법 제17조 1항에 어긋난다. 이 조항은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진단서, 검안서, 증명서 또는 처방전을 작성해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평소 익숙한 환자라도 의사가 환자를 직접 보지 않고 처방전을 발행하면 위법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윤 원장은 벌금 70만원 형도 받았다.
윤 원장은 "환자가 특이사항이 없다고 할 때만 처방전을 교부하도록 했다"며 "실질적으로 환자를 직접 진찰해 처방전을 발급한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또 의료 관련 행정처분 규칙은 처방전을 몇 건 대리 작성했는지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2개월의 면허정지 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환자 1명에게 처방전을 발행했을 뿐인데 행정처분 규칙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가혹하다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윤 원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비록 윤 원장이 환자를 장기간 치료하고 있었지만 처방전을 발급한 당일에는 환자 건강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했다"며 "이로 인해 환자의 건강권을 해칠 위험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행정 처분 기준이 그 자체로 헌법 또는 법률이 불합치하거나 그에 따른 제재적 행정처분이 처분 사유가 된 위반행위의 내용 및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비춰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 이유도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