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의 요르단 병원 탐방기(4)- 로컬 의원
요르단에 와서 대형 병원들은 몇 번 방문해 보았지만 로컬에 있는 개인 병원들은 잘 눈에 띄지 않는데다가 목적 없이 방문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가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며칠째 아버지께서 귀가 자꾸 가렵고 염증이 생긴 것 같다고 하셔서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으러 동행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로컬의 작은 의원을 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일단 Garden’s hospital이라는 종합병원에 방문하였다.
그런데 접수처에서 이비인후과 진료를 보려면 의사 선생님이 오실 때까지 몇 시간 기다려야 한다고 하면서 인근의 개인 의원을 소개 시켜주었다.
평일이고 외래 진료가 가능한 시간인데 왜 의사가 병원에 없는 것인지 어리둥절해 하면서 개인 의원으로 찾아갔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막상 방문한 개인 의원에도 의사가 자리에 없다는 것이었다. 간호사가 의사에게 전화해서 환자가 왔다고 이야기하니 십 여분이 지난 후 의사가 도착했다.
알고 보니 요르단에서는 로컬의 개인 진료소가 있지만 의사가 그곳에 상주하면서 진료소를 방문한 환자들만 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 대형 병원 내의 입원 환자들이나 외래 환자들까지 진료하러 다니는 왕진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때문에 특정한 의사 선생님 진료를 받으려면 꼭 시간과 장소를 미리 예약하고 가야 기다리지 않고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예전에 어머니가 종합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담당 의사 선생님이 언제 오는지 문의했을 때 매일 방문하시는 시간이 달라서 기다려봐야 한다는, 환자로서는 다소 답답하면서도 개운치 않는 답변을 들었던 것이 생각 났다.
Follow-up을 위한 다음 진료 때도 꼭 미리 연락을 해서 시간 예약을 하고 오라고 했던 것도 그 때문인 것이다.
예상치 못했던 다소 희한한 시스템에 당황했지만, 오래 기다리지 않고 진료를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귀가 가려운 증상을 이야기하니 간단한 병력 청취를 한 후에 이경(otoscope)으로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는 진균 감염을 동반한 외이도염이었다. 1학년 때만해도 생소할 법한 의학 용어들인데 그래도 2학년 때 임상 의학을 공부한 뒤여서 그런지 의사 선생님의 말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매번 느끼지만, 요르단의 의사들은 거의 다 영어로 의사소통하는데 무리가 없어서 외국인 환자들 입장에서 부담이 훨씬 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아랍어를 할 수 있는지, 영어를 이해할 수 있는지를 묻고 환자의 눈높이에서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것이 의료진으로서 당연한 일이면서도 사실 그리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