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로컬업체들이 향상된 제품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다국적기업의 고가 MRI 장비가격과 시장점유율을 점점 끌어내리고 있다.”
CMEF 2016에서 만난 로컬업체 ‘lonwin’社 마케팅부 저우룬레이 디렉터가 밝힌 중국 MRI 시장의 현주소다.
중국 소주에 본사를 둔 lonwin社는 직원 수 약 200명의 MRI업체로 2007년 설립 당시 북경대학교 이학과(물리학과)·실험실 출신 엔지니어들이 초창기 멤버로 참여했다.
저우룬레이 디렉터에 따르면, 중국 MRI 로컬업체는 대략 10곳.
그는 “불과 5년 전에는 1.5T MRI 기준으로 로컬업체 수가 5%도 채 안됐다”며 “작년 통계에서는 그 숫자가 40%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과거에는 병원들이 GPS(GE·PHILIPS·SIEMENS) MRI만 사용했지만 최근 들어 로컬업체 장비를 사용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로컬업체가 증가하고 국산 장비 사용 비중이 커진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MRI는 판매마진이 크기 때문에 제품 개발에 나선 로컬업체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여타 의료기기와 달리 MRI 시장은 중국 로컬업체가 많지 않아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제품을 찾는 병원은 많지만 공급업체가 적다보니 높은 가격에 장비 판매가 가능해 마진폭 또한 크다.
민간병원 설립 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 역시 의료전달체계 붕괴로 대형국영병원에만 환자쏠림 현상이 집중되고 있다.
저우룬레이 디텍터는 “증세가 경미한 환자까지 대형병원에 몰리면서 정작 큰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은 대형병원에 쏠린 환자를 분산시켜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고자 정책적으로 민간병원 설립을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병원 증가는 국산 MRI 수요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국가 돈을 쓰는 국영병원 원장들은 고가 외산 장비를 통 크게 구입하는 반면 민간병원의 경우 가격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사용하면 그만큼 이윤이 남기 때문에 국산 MRI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시진핑 정부가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국산 의료기기 사용 장려도 다국적기업들의 MRI 시장점유율을 끌어내리고 있는 요인이다.
반대로 다국적기업보다 경쟁 우위에 있는 MRI 장비가격과 유지보수비용은 로컬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lonwin社가 판매한 MRI는 총 40대, 주문만 무려 80대에 달한다.
저우룬레이 디렉터는 “우리가 판매하는 1.5T MRI 가격은 500만 위엔(한화 8억800만 원)에서 1000만 위엔(한화 17억6600만 원) 정도”라며 “민간병원은 저렴하게, 국영병원에는 비싸게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이 가격대는 다국적기업 1.5T MRI와 비교해 약 20~30% 저렴하다는 게 그의 설명.
더불어 “GPS는 MRI 유지보수로 대략 80만 위엔(한화 1억4100만 원)에서 100만 위엔(1억7600만 원) 비용을 책정하지만 우리는 그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후관리를 중요시하는 민간병원에서 유지보수비용이 적게 드는 로컬업체 장비를 사용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 저우룬레이 디렉터는 CMEF 2016 lonwin社 부스에서 열린 한 포럼에 대해 소개했다.
이 포럼은 중국 상해시·절강시에 있는 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을 초청해 로컬업체들의 장비 사용 후기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은 로컬업체 장비를 사용한 결과 굳이 고가의 외산 장비를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한 만족감을 나타냈다고 한다.
MRI는커녕 변변한 CT조차 생산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조만간 한국시장에서 다국적기업과 중국 업체 간 치열한 MRI 시장점유율 경쟁이 벌어질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