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사 입장에서 전시회 기간과 규모를 동시에 줄이는 건 쉬운 선택이 아니다.
전시장 대관비용 절감분보다 줄어든 참가업체 수로 인한 수익 손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목·금·토·일 4일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K-HOSPITAL FAIR’(국제병원의료산업박람회·이하 KHF)는 올해 3회째를 맞아 전시회 기간과 규모 모두 축소 개최된다.
우선 개최 기간이 하루 단축돼 올해는 10월 20일(목)부터 22일(토)까지 3일간 열린다.
전시회 규모 역시 기존 킨텍스에서 서울 삼성동 코엑스(Hall A)로 장소를 옮기면서 대폭 줄어들었다.
규모를 키워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행사를 축소한 이유는 왜일까?
KHF 주관사 이상네트웍스 조원표 대표이사는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수익보다 내실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KHF는 처음 기획부터 ‘병원 중심·의사 중심’을 모토로 병원장을 비롯한 병원 종사자들 참여에 초점을 맞춘 B2B 전문전시회를 표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의 경우 KHF를 찾은 병원장만 총 526명에 달해 진정한 병원의료산업 마켓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학생·일반인들로 넘쳐나는 기존 의료기기전시회와 ‘선긋기’에 성공했지만 KHF에 대한 참가업체들의 ‘눈높이’를 맞추기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조 대표의 판단.
그는 “KHF 현장에서 이뤄진 병원과의 구매상담회 등 1:1 매칭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참가업체들의 목소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주관사 입장에서는 전시회 참관객도 중요하지만 다채로운 ‘볼거리·살거리·즐길거리’를 제공하는 참가업체들의 니즈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법.
올해 KHF 장소 변경과 전시기간 축소는 참관객 참여 확대와 함께 참가업체들의 니즈를 반영한 선택이었다.
K-HOSPITAL FAIR 2015 요일별 참관객을 살펴보면, 평일 2일(목·금) 1만4015명이 방문한 반면 주말 2일(토·일)은 4066명에 불과해 2배 이상 큰 격차를 보였다.
킨텍스가 갖는 지리적 접근성 한계 때문에 병원 종사자들의 주말 참관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 KHF는 실질적인 참관객 방문을 집중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지리적 접근성이 탁월한 코엑스로 장소를 옮기고 전시기간 역시 평일 2일과 주말 1일을 포함한 3일 행사로 전면적인 리빌딩을 꾀했다.
조원표 대표는 “올해 KHF는 코엑스 전관이 아닌 Hall A에서만 열리기 때문에 참가업체 수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꼭 단점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자신했다.
그는 “전시장이 크면 클수록 부스 위치에 따른 전시효과가 큰 차이가 있기 마련”이라며 “부스가 2300개라고 치면 과연 병원 참관객들과 바이어들이 모든 부스를 다 돌아다니면서 꼼꼼히 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전시장 규모가 작은 만큼 참관객들이 전시제품을 집중해 살펴볼 수 있도록 병원에서 필요로 하는 제품별 카테고리를 잘 구분해 전시효과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K-HOSPITAL FAIR 2016는 하드웨어가 축소된 반면 소프트웨어는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큰 호응을 얻었던 ‘BUY MEDICAL’(병원설비·의료기기조달상담회)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 중 병원 신·증축 또는 리모델링을 통한 의료기기 구매계획이 있는 병원 구매·물류팀 담당자들은 각 병원별 부스에 상주해 참가업체들과 1:1 구매상담회 및 비교견적을 진행한다.
이는 참가업체와 병원 모두가 부스를 꾸려 상시적이고 자유롭게 양방향 방문과 상담으로 실질적인 구매성과를 이끌어내겠다는 복안이다.
병원 구매·물류팀장과 의료기기업체 간 교류 또한 지난해보다 더욱 공고해진다.
조원표 대표이사는 “전국 약 300개 병원 구매·물류팀이 참여하는 세미나를 2일간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공식적인 전시시간이 끝난 이후 병원 구매·물류팀 담당자들과 참가업체들이 한 자리에서 교류하고 의료기기 구매정보를 공유하는 별도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올해는 구매·물류팀뿐만 아니라 전산팀·수술간호사회 등 병원 직종·부서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확대하고 의료기기업체와의 접점 또한 더욱 넓힐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