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예방접종 과정에서 의사가 실시하는 문진이 아동청소년보호법(아청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여성가족부가 더 키웠다.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사전지식도 없는 상황에서 여성 청소년이 예방접종 상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질의에 단순 답변해 혼란만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의료계에서 여성가족부에 제기한 건강여성 첫걸음 클리닉 사업의 아청법 위반 여부 질의에 대한 답변에 유감"이라고 13일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건강여성 첫걸음 클리닉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지난달 말부터 만 12~13세 미만 여성청소년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국가예방접종사업(NIP)과 함께 예방접종 전 초경 여부, 월경 관련 증상 등에 대해 의사가 직접 상담하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문진 과정에서 환자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고, 그러면 아청법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었다.
이에 조창식 일반과개원의협의회 부이사장은 여성가족부에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문진 상황을 제시하며 아청법 위반 가능성을 질의했다.
여가부는 "예방주사 또는 건강검진 목적으로 병의원을 내원한 12세 여자 아동에게 상세히 질문해 해당 여자아이 또는 부모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생각하신다면 성희롱에 대한 구제 절차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조사 구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예방접종 문진 과정에서 환자가 수치심을 느꼈을 때 취할 수 있는 구제 절차를 설명한 것이다.
그렇다면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체크리스트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 있는 것일까. 체크리스트는 건강여성첫걸음 클리닉 사업 홈페이지(http://start-women.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궁경부암 예방주사를 맞으러 온 여성청소년이 직접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면 이를 바탕으로 의사가 확인하면 된다.
체크리스트는 크게 초경 여부 확인, 월경(생리)력 확인, 월경 관련 증상, 2차성장 발달, 자궁경부암 예방접종력으로 나눠져 있다.
구체적으로 월경 관련 증상에서는 월경 과다 증상 및 주기, 월경통에 대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 2차 성장 발달에서는 유방 발달 상황을 묻고 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건강여성첫걸음 클리닉 사업에서 제공하는 질문지에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상세한 질문이 없다"고 못 박으며 "질문지는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초경상담은 엄정한 진료행위"라며 "여가부의 답변은 초경과 관련한 의료 상담조차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 정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당한 진료행위조차 여성청소년이 수치심을 느끼면 인권위 조사가 이뤄질 수 있는 게 현실이라면 어떤 의료인이 적극적인 진료행위를 하겠나"라고 반문하며 "건강여성첫걸음 사업은 의사 강요에 의해 상담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환자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