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응급피임약(사후피임약)의 분류를 '전문의약품'으로 유지키로 결정한 가운데 미국산부인과학회에서 인정한 울리프리스탈 아세테이트(ulipristal acetate, 이하 엘라원정) 제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사후피임약으로도 불리는 응급피임약은 무방비 상태에서 또는 잘못된 피임법으로 성관계 후 원치 않는 임신을 막는 데 사용된다.
고농도 프로게스테론을 집중 투여해 호르몬의 변화로 자궁내벽에 수정란이 착상하는 것을 방해함으로써 피임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성관계 후 72시간 내에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성관계 후 24시간 내에 복용하면 피임률이 95% 정도다.
미국산부인과학회(American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ecologists, ACOG)에서는 지난해 가을 업데이트된 응급피임법 가이드라인(Clinical Management Guidelines for Obstetrician-Gynecologists, Practice Bulletin Number 152, Sep 2015)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지난 2010년 이후 새로 업데이트 된 것으로, ACOG는 많은 여성들이 응급피임약을 알지 못하거나 사용법 및 안전성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어 실제로 필요할 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 가이드라인의 목적은 응급피임약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근거를 살펴보고 산부인과 전문의 및 기타 부인과 의료인에게 응급피임약에 대한 인식을 증대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응급피임약으로 울리프리스탈 아세테이트(ulipristal acetate, 이하 엘라원정) 제제의 사용이 처음으로 언급되어 눈길을 끄는 바, FDA 적응증을 갖고 기존의 가이드라인에 이름이 있었던 프로게스틴 단일제인 레보노르게스트렐(노레보정)에서 엘라원정으로 응급피임약의 시장이동이 점쳐지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이와 관련해 엘라원정과 기존 제제의 작용기전 및 효과의 차이에 대한 설명도 추가했다.
엘라원정(울리프리스탈 아세테이트 30mg)은 선택적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조절제로서 황체형성 호르몬(luteinizing hormone)의 증가 후에도 배란을 지연·억제하는 기전으로 레보노르게스트렐 제제보다 효과가 우수하고 최대 5일까지 약효가 지속된다.
2010년 FDA에서 승인 받았고 처방전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서, 무방비 상태의 성관계 후 최대 120시간까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
레보노르게스트렐은 황체형성 호르몬 수치가 증가하기 전에 투여되면 난포 발달을 지연시키는 데 반해 엘라원정은 황체형성 호르몬 수치가 상승하기 시작한 이후라도 배란을 저해한다.
가이드라인에서 제시된 피임효과는 임신예방률을 통해 평가할 수 있으며 제시된 근거에 따르면, 유효성 비교에 관한 임상연구들의 메타분석에서 엘라원정 사용자의 임신율이 1.4%로 레보노르게스트렐 사용자의 2.2%에 비해 낮았다. 3상 임상연구에서는 엘라원정 사용자의 전체 임신율이1.9%였다.
이에 비해 레보노르게스트렐 제제를 사용한 여성 총 8000명 이상이 포함된 6개 연구에서 계산된 피임률은 60~94% 범위였다. 그러나 무방비 상태의 성관계 후에는 가능한 한 빨리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와 같은 가이드라인의 업데이트로 응급피임약 시장에서 엘라원정의 위치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응급피임약 시장은 2013년 28억원에서 2015년 42억원으로 증가 추세이며 2016년 1분기 현대약품 엘라원정은 8억원을 매출을 기록함으로써 시장 리딩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현대약품은 "응급피임약의 강자로서 노레보원으로 시장 절반을 점유하고 있다가 2011년 엘라원정을 도입하며 선두주자 위치를 더욱 확고히 하고 있다"라며 "피임약 시장은 분류기준이 유지되면서 당분간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며 응급피임약 시장에서는 이번 ACOG 응급피임법 가이드라인 업데이트로 유효성을 인정받은 엘라원정의 독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