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가능성이 1%라며 단순히 서류에 밑줄 그으며 설명하는 것은 설명의 의무를 다한 게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9단독(판사 이의진)은 최근 백내장 수술 후 인공수정체 제거 수술 합병증으로 왼쪽 시력을 잃은 환자 김 모 씨가 서울 A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수술 과정에서 A대학병원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한데다 설명의 의무도 다하지 않았다며 병원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손해배상액은 3363만원으로 책정했다.
김 씨는 양쪽 눈 백내장 수술을 받은 지 10년이 지난 어느 날 왼쪽 눈이 잘 안 보여 A대학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왼쪽 눈 인공수정체 탈구 진단을 내리고 인공수정체 제거 및 2차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하기로 했다.
수술 진행 중 황반부 근처 망막에 열공이 발생했다. 열공은 망막과 유리체가 붙어 있는 부위에서 망막이 찢어져 구멍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의료진은 망막 전문의 협조하에 열공 부위 치료를 하려고 인공수정체 제거, 유리체절제술, 안내레이저, 실리콘오일 삽입술을 했다.
김 씨는 수술 후 8일만에 퇴원했다가 3개월 후 다시 A대학병원을 찾아야만 했다. 망막열공으로 인한 합병증이 생긴 것이다.
의료진은 왼쪽 눈 증식성 유리체망막병증, 망막박리 진단을 내렸다. 망막박리는 망막열공으로 생긴 구멍으로 눈 안을 채우던 내용물이 들어가 망막 층을 떨어뜨리게 되는 것이다.
김 씨는 망막박리로 인한 안구황폐를 막기 위해 두 번째 수술을 받아야 했다. 실리콘오일 제거술, 부분유리체절제술, 공막두르기, 실리콘오일 재주입술이 이뤄졌다.
하지만 수술 후에도 김 씨 왼쪽 눈의 안압이 높아 의료진은 세 번째 수술을 해야만 했다.
김 씨는 현재 왼쪽 눈 각막혼탁, 빛이 보이지 않는 상태, 시력상실 등 영구적이고 개선 불가능한 후유증을 얻었다.
이 의료사고의 쟁점은 탈구된 인공수정체 제거술 과정에서 황반 주변부 망막에 생긴 열공이 불가피한 수술 후유증인지, 의료과실인지다.
A대학병원 측은 "수술 전 현미경 검사에서는 왼쪽 눈 인공수정체가 본 위치에서 이탈되긴 했지만 완전히 유치레 쪽으로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며 "막상 수술에 들어가 보니 탈구된 인공수정체가 망막 쪽으로 깊숙이 떨어져 있었다. 제거 과정에서 망막 손상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진료기록 감정 결과 등을 근거로 수술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은 망막박리 가능성을 불과 1%라고 설명했다"며 "수술 전 검사를 세심히 해 탈구된 인공수정체 위치를 면밀히 확인한 후 그에 따른 수술 방법을 결정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탈구된 인공수정체가 유리체 안쪽으로 깊이 떨어져 있으면 제거 수술할 때 망막열공이나 망막박리, 후발녹내장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함을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결론적으로 "인공수정체 제거수술 도중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술기상 과실 때문에 김 씨의 왼쪽 눈 황반부 주변 망막에 열공이 발생했다"고 못 박았다.
법원은 여기에 더해 설명의 의무도 다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부동 문자로 인쇄된 서면에 필기구로 몇 군데 밑줄을 긋거나 동그라니 표시를 한 것에 불과한 증거만으로는 의료진의 상세히 설명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