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의 금연치료제 챔픽스(성분명 바레니클린)가 신경정신계통 부작용을 언급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블랙박스 경고문(black box warning)'을 뗄 것으로 보인다.
금연을 목적으로 챔픽스를 복용한 극소수의 인원에서 자살생각과 우울증 등의 신경정신과적 부작용 위험이 야기된데, FDA가 이를 적극 경고하고 나선게 발단이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입장에도 변화가 예고됐다.
지난 주 열린 협회 자문위원회 논의에선 경고문을 "제거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지난 15일(현지시간) FDA 산하 정신약물자문위원회 약물안전성관리 논의에선, 바레니클린의 신경정신과적 안전성을 밝힌 대규모 EAGLES 연구 결과를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문위 논의 결과, 챔픽스 라벨에 기재된 신경정신 부작용 경고문을 없애자는 의견이 과반을 넘겼다.
19명의 패널 가운데 4명은 문구를 수정하는 쪽으로, 10명은 이같은 경고문을 삭제하는데 찬성표를 던졌다.
그런데 5명은 여전히 현행대로 경고문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글로벌 화이자 본사는 "이번 자문위 결정은 챔픽스의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다 정확히 반영하고 업데이트 하는 중요한 걸음이 될 것"이라며 "올해 공개된 대규모 EAGLES 결과를 포함, 지금껏 마련된 챔픽스의 안전성과 유효성 근거를 통해 라벨 변경에 대한 FDA의 최종 결정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경고문 삭제…"EAGLES 결과 업데이트, 반영해야"
올해 초 화이자는 챔픽스의 EAGLES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제품 라벨을 업데이트 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충허가 신청서(sNDA)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 화이자 글로벌 본사측의 주장은 이렇다. 혹시 모를 신경정신과적 이상반응의 발생 여지를 의료진에 알리는 방편으로서 경고와 예방 부분은 유지하지만, EAGLES 결과 만큼은 업데이트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EAGLES 결과가 거론되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나온다.
주목할 점은 FDA와 유럽의약국(EMA)의 요청으로 실시된 무작위 위약대조군연구에는, 정신질환 과거력에 상관없이 16개국 8000명 이상의 흡연자를 대상으로 금연치료 가이드라인이 1차 치료 옵션으로 권고하는 챔픽스와 부프로피온 및 니코틴 패치를 직접 비교한 '최초'의 '최대규모' 임상이라는 것이다.
결과에 따르면 챔픽스를 투약한 경우, 정신건강장애 흡연자군과 비장애 흡연자군 모두에서 비교 대상이 된 부프로피온이나 니코틴 패치보다 금연 유지율이 더 높았으며, 정신과적 병력이 있던 환자에서도 우월성이 확인됐다.
오히려 자살로 인한 사망은 비정신건강장애 흡연자군 중 위약군에서 1건이 발생했다.
이러한 EAGLES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Lancet 2016년 4월 2일자에 게재되기도 했다.
한편 지난 5월 31일 세계보건기구(WHO) 지정 '세계 금연의 날'에 방한한 EAGLES 연구자인 캐나다 오타와대학 Andrew Pipe 교수는 "EMA와 FDA의 요청으로 시행된 이번 연구결과, 유럽에서는 이를 인정해 신경정신학적 이상반응과 관련한 돌출경고문을 수정했고 FDA는 라벨 변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Pipe 교수는 "결과적으로 챔픽스는 안정된 정신건강장애 흡연자군과 비장애 흡연자군 모두에서, 중등도부터 중증의 신경정신계통 이상반응의 발생 위험을 유의하게 증가시키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