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의료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의료정보화의 물결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서둘러 시동을 걸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장단점을 분석해 도입 여부를 검토할 정도의 속도가 아닌 만큼 우선 첫 발이라도 딛은 뒤 문제점을 줄여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
대한의료정보학회는 4일 더K호텔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 의료정보학회에서 이같이 지적하고 정부 차원의 시급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최진욱 학회 이사장(서울의대)은 "IT와 의료의 수준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밀리지 않는 우수성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표준화와 정보 공유 인프라에 대해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싱가폴의 경우 국가 차원에서 정보 공유 시스템을 만들어 굉장히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서둘러 이러한 인프라를 만들어야 시장을 확보하고 국민의 건강권을 지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다수 전문가들도 최 이사장의 의견과 뜻을 같이 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변화하는 미래의료의 물결에 서둘러 편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서둘러 각 기관과 부처간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공통된 제언이다.
백롱민 학회 회장은 "정밀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정보 굥유 인프라"라며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주도로 이를 준비하는데 무려 220억불(한화 25조 가량)을 투입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이런 것들이 바로 국가가 구축할 수 있는 인프라"라며 "현재 우리나라는 아직 시작도 못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지나치게 긍정적인 의견이나 너무 부정적인 우려들도 우선은 접고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도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 하는 부분이다.
시대의 흐름이 급박하게 흘러가고 있는 만큼 일정 부분의 위험성을 감수하더라도 우선 사업을 시작한 뒤 수정해 가는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주한 아태의료정보학회 조직위원장은 "결국 의료정보를 모으고 관리하는 거버넌스 구조를 하루 빨리 구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숙제"라며 "이를 구축하며 문제가 되는 부분을 수정해 우리나라만의 오바마 케어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백롱민 학회장도 "일부에서는 우리나라에 EMR 도입율이 90%가 넘는 만큼 금방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겠냐는 얘기를 하는데 우리나라 EMR은 정보 공유가 아닌 보험청구용으로 개발된 것"이라며 "미국은 정보 공유를 위한 EMR이 40%가 넘었지만 우리나라는 활용 가능한 EMR보급율이 4%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 일각에서 원격의료 등 미래의료와 의료정보화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긍정적인 면이 95%고 우려와 부작용이 5%라면 우선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발전과 변화의 속도는 엄청난데 작은 걸림돌만 보고 있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특히 전문가들은 IBM의 왓슨 등으로 의사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서도 지나친 우려라고 선을 그었다.
적어도 지금까지 기술의 발전 속도로는 그 정도의 인공지능이 개발되기 까지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진욱 이사장은 "일부에서 왓슨의 등장에 논란이 많지만 왓슨을 바라보며 의학자들이 고민해야 하는 것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어떻게 의학적 오류를 줄이는가 하는 것"이라며 "약물이나 처치 등에 대해 조언할 수 있는 유용성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백롱민 학회장도 "아무리 인공지능, 왓슨이라 해도 질문에 답할 수 있지만 질문할 수 있는 로봇은 없다"며 "의사를 대체할 수 있는 로봇이 나오기 까지는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주한 조직위원장도 "분명 의학에 상당한 영향은 미치겠지만 지금의 진료 패턴에서 벗어나는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며 "의사를 돕는 역할에 한정될 수 밖에 없는 만큼 유용성을 생각하며 의료정보화와 미래의료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